미-중 무역갈등 정치요소 포함된 '헤게모니 쟁탈전' 인식 장기화 예상
무역갈등 1차적 영향보다 금융불안·신흥국 긴축 등 2차적인 영향 우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불구 유동성·재정지출 확대 인한 침체는 없을듯
중국리스크 글로벌시장 확대시 영국 외 중국익스포저 인한 문제 없음

[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KB증권은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에 대응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흥시장국의 리더로서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다.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무역갈등으로 인한 리스크 상승, 달러강세, 성장성 둔화 등으로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중국 증시가 부진했을 뿐 아니라, 금융부채 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상장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부도가 지속됐다. 통화당국의 필요지준율 인하와 신용정책 차별화 때문에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크레딧스프레드는 확대되었다. 달러강세와 중국 정부의 외환규제 완화로 인해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달러도 환율밴드 (7.75~7.85)의 상단에 접근하는 등 외환시장도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 하에서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KB증권은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되지만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2018년 GDP성장률은 상반기 6.7%에서 하반기 6.5%로 둔화될 전망이다. 생산과 투자 등 내수 지표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중이어서, 리스크 확대시 성장률의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경기 둔화에 대해 중국 정부는 유동성 공급과 재정지출 확대라는 대응책을 갖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PBoC)은 2018년 상반기 150bp의 필요지준율(RRR) 인하로 약 2조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반기에는 50bp의 필요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전망이다. 지방정부의 구조조정과 상반기 긴축에 따른 여력으로 하반기에 약 3조위안의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된다. 만약 예상치 못한 수준의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1998년이나 2008년처럼 긴급재정지출과 같은 부양책도 나올 수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그동안 우려가 많았던 중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정부의 다양한 조치에 힘입어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정부의 기업부채 억제조치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2018년 하반기부터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림자금융의 핵심인 자산관리상품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유지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전망이다.

중국의 금융불안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국 익스포저(총 위험노출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영국을 제외하면 큰 영향은 없다. 영국은 글로벌 중국 익스포저의 25%(2093억달러)와 홍콩 익스포저의 52% (7855억달러)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영국에 이어 미국, 일본, 대만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중국의 금융불안이 홍콩으로 전이될 경우, 영국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국 금융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단순히 통상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요소가 포함된 종합적인 헤게모니 쟁탈전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최종 목표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불공정 정책의 폐지다. 반면 중국은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업 인프라에 첨단산업을 접목해 비약적인 성장을 끌어낸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양국의 입장 차이가 커서 쉽게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무역 갈등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이슈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발생시, 무역 부진으로 인한 1차적 피해보다는 2차적인 피해가 더 크다. 2차적 피해란 실물부문의 부진이 중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이 변동성이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신흥시장 전체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본유출을 우려한 신흥시장국들이 물가와 경기에 상관없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비자발적 긴축을 실시할 경우,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일 340억달러에 달하는 818개 중국 수입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공청회를 거쳐 향후 2주뒤에는 160억달러를 (284개 품목) 부과하고 만약 중국이 보복대응 한다면 최대 20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중국제조 2025'를 통한 불공정한 산업지원 정책의 폐지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최근에는 미국산 반도체의 중국 내 판매 금지에 대한 예비 판정을 내렸다. 미국 또한 중국의 무역보복에 더 큰 규모의 보복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 즉 G2의 무역갈등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11월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가 분수령이 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하는 양 국가의 패권 경쟁이라는 본질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인물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의 고율 관세를 지지하고 나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포석일 수도 있지만 G2 무역갈등이 초당적으로 미국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중국은 2050년까지 총 3단계의 발전 목표를 진행 중이다. 2020년까지 중산층이 잘 사는 사회인 샤오캉 사회를 구현 (1단계)하고, 2035년까지는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 (2단계), 마지막으로 건국 100주년인 2050년에는 부유하고 강하고 조화로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업 인프라에 첨단산업을 접목하여 비약적인 성장을 끌어낸다는 청사진을 들고 있다.

미국에게 있어 오늘날의 중국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또 다른 위협임엔 틀림이 없다. 작금의 미-중 무역갈등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00년대 초반 영국과 독일, 1940년대 소련과 미국, 그리고 1980년대 일본과 미국의 충돌과 같은 내용이다. 글로벌 경제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첨단산업 발전을 통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충돌이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패권 경쟁을 했던 국가들은 전부 없어지거나 어려워졌다. 1910년대 유럽은 제조강국의 지위를 미국에 뺏겼고,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보냈다.

미중 무역갈등 확대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경우 한국 기업은 대중 수출 감소에 따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위험자산 선호 약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도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대 중국 수출의 비중은 24.8%였다. 그리고 KOSPI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7%다. 중국 수출이 KOSPI 실적에서 약 9.6%를 차지한다고 계산할 수 있다. 여기서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 기업 실적에는 타격이 된다.

실제 주식 시장의 낙폭은 좀 더 클 수 있다. 중국 경제 불안과 위안화 절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아시아 신흥국 주식에 대한 선호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나타날 우려가 존재한다.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경우 전세계 수출과 수입은 감소하게 되며, 이러한 교역 악화는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져 전세계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IMF의 모형 (GMIF) 결과에 따르면 세이프가드 등 비관세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면 전세계 GDP는 1년차에 0.35% 감소하고, 3년차에는 1.46% 감소, 5년차에는 1.66% 감소해 부정적 영향이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KB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미-중 무역갈등이 무역전쟁으로 확대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국의 전체 수출은 2.7% 감소하고, 이에 따른 무역수지 축소로 국내총생산 (GDP)은 0.5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의 2010년 연구 결과에 의한 미국 수입품의 가격탄력성 -1.21을 적용할 때, 25%의 관세부과가 수입품 가격에 전부 반영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30%(578억7000만달러 감소, 2017년 기준)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관세부과의 가격전이 효과가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수입감소량은 이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50% 정도의 가격전이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미 수출감소 효과는 307억달러로 줄어들며, 이에 따른 중국의 수출과 GDP 감소는 각각 -1.3%, -0.3% 정도다.

또한 수출 감소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의 감소가 유발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축소된다. 2015년 OECD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에 대한 중간재 수입비중은 평균 47.2%이며, 이 중 기계가 50%, 전자기기 및 IT부문 64%로 평균보다 높다. 이를 감안하면 수출 감소에 따라 수입액은 1%가량(182억달러) 줄게 되며, 전체 무역수지는 0.3% 축소돼 GDP는 0.1% 감소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무역분쟁으로 인한 1차적 경제피해보다는 2차적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수출과 투자 등 실물부문의 부진은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으로 반영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호 연관성으로 인해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으로 변동성이 전이된다. 특히 환율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자산가치의 변화를 통해서 다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해 그 효과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2차 효과 중에서는 무엇보다 환율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신흥시장국의 통화 약세는 대내외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 우려를 높인다. 신흥시장국 통화 약세에 더해 미 연준의 금리 정상화로 인한 신흥시장국의 내외 금리차 확대도 자본유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한 아르헨티나와 터키, 인디아, 인도네시아, 멕시코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물가와 경기에 상관없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비자발적 긴축에 진입한 것이다.

KB증권은 이러한 신흥시장국의 비자발적 긴축이 지속될 경우 신흥시장국의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경기 둔화요인으로 작용해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글로벌 교역량과 원자재 소비가 감소할 경우 신흥시장국 경기에는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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