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업무 자동화 시스템 도입 시켜 업무 효율화 … 주 52시간 영향 커
노동계 자동화 시스템 만능화 우려 … 소비자 보호 입장에서 볼 문제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금융권 내 자동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앞 다퉈 RPA시스템 도입을 서두르자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도 시스템 개발에 힘을 쓰며 변화할 조짐을 내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 단순 업무 자동화 시스템 도입 시켜 업무 효율화 … 주 52시간 영향 커

정부에서 추진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정부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금융권에서는 RPA(단순 업무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해 보여주기 식 인공지능을 활용에 그치는 것이 아닌 효율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라이나생명의 경우 작년 'LINA BOT'이라는 RPA 시스템을 개발해 계약관리, 고객서비스, 영업운영, 보험금심사, 언더라이팅, 품질모니터링 등 프로세스에 적용해 보통 하루 23시간이 걸리던 반복 업무가 약 2시간 만에 처리되는 등 효율성이 높아졌다.

ING생명도 데이터 산출, 값 검증, 고객관리, 보험 상품 관리, 보장 내용 관리, 사후 관리 등 프로세스에 적용해 기존 12시간 걸리던 업무시간이 4시간으로 줄어들고 90분 걸리던 기초데이터 산출업무가 30분 걸리는 등 소요시간이 크게 감축됐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 라이나생명과 ING생명 두 곳만이 보험업계에서 RPA를 도입해 효과를 본 회사들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아직 보험업계 전반적 확대까지는 이르다는 평가가 뒤 따랐으나 본지가 취재한 결과 주 52시간 도입 이후 인식 개선과 더불어 성공적 사례가 소개되면서 업계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금융그룹 내 보험사들로 확인됐다.

우선 KB손해보험은 사내 RPA 공모전을 통해 업무자동화 관련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적용 확대하는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하나생명은 오는 8월부터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솔루션 프로그램을 구입을 추진하면 보험금 지급 부서 등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적용해 점차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지주 내 계열사들이 적극적 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융그룹 내 방향을 잡고 추진하는 사항에 계열사 입장에선 임무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고 실제 적용한 보험사들 효과가 입증 되면서 부담 없이 시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아직 오픈할 수준은 아니지만 RPA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계획하고 개발에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으며 현대해상도 현재 시스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전향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업계 트렌드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순서의 차이지 경쟁적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주 52시간 근로제 업무상황 속에서 인력을 고급화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노조 ‘자동화 시스템 만능화’ 우려 … 소비자 보호 입장에서 볼 문제

그러나 노동계는 이 같은 금융권 움직임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는 금융권이 ‘단순 반복 업무’로 업무를 한정 짓고 있지만 전체 업무적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KB손해사정 노조는 사측이 늘어난 근무량을 감축하기 위해 자동화 시스템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오리율의 증가로 직원들이 바로 잡는 날이 많아 이중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 없이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는 문제는 현재 단계에서 추진한다면 자칫하면 대형 금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사무금융노조 김경수 기획팀장은 “관계를 통해 상품판매를 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반응이 인간만큼 쫒아오지 못하는 인공지능 실수는 소비자가 오인으로 이어져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RPA가 컨베이너 벨트처럼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게 할 수 있을 수 있겠지만 금융권에 대입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 전체 확산까진 아직 … 단순 업무 많은 은행과 시스템 달라 고민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시스템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 도입한다기보다는 지켜보거나 RPA시스템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보험사들도 아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조 측이 지적한대로 사람 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평가 부분이 많은 보험업권이 단순 반복적인 시스템을 가지는 부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분석이 있어서다.

특히 은행의 경우 단순 로직으로 어느 정도 산출이 가능하지만 보험은 정성평가가 많아 이를 단순 반복 업무로 빼서 산출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이나 AI등 업계 전체적으로 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업권의 특성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아직 전체적 확산까진 힘들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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