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거액 보험금 노리고 범행…완전범죄 꿈꿨으나 덜미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60억원이 넘는 화재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이 소유한 배에 불을 지른 원양어선 업체 대표가 경찰에 결국 잡혀 구속 됐다.

8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모 원양어선 업체 대표 A(78)씨를 현주선박방화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을 공모한 해당 업체 계열사 전 대표 김모(72)씨, A씨의 고향 후배이자 배에 불을 지른 이모(60)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직원 이모(53)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16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 중인 원양어선에 고의로 불을 질러 보험금 67억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0~3000톤급 원양어선 10여척을 보유한 중견 원양어선 업체를 운영했던 A씨는 2013년 180만 달러(약 19억원)에 구입한 4000톤급 원양어선의 국적을 바누아투공화국으로 변경해 조업하려 했다. 그러나 해외 각국의 자국 어장 보호정책과 어황 부진, 채산성 문제로 매년 약 6억원의 적자를 내며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A씨는 선박에 고의로 화재를 일으키고 이를 전기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내기로 지인들과 공모했다.

A씨는 국내 한 지차체로부터 냉동 공장 설립 조건으로 공장부지 매입비용의 50%를 지원받기로 약속받은 상황에서 보험금으로 냉동 공장을 차리면 김·이씨와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성공 사례비로 두 사람에게 각각 보험금의 10%를 나눠주기로 약속하고 범행을 모의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초 마지막 조업 이후 약 3년 간 정박 중이던 배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점, 화재 발생 6개월 전 보험금을 100만달러에서 600만달러로 상향 조정한 점에서 방화가 의심됐으나 증거가 나오지 않아 완전 범죄로 끝날 수 있었다.

특히 이씨는 2016년 10월께 남아공으로 건너가 어선에 열흘 간 머무르며 방화 방법을 궁리하고, 촛불과 기름에 적신 헝겊 등을 활용해 배를 전소시켰고, 초가 모두 타 불이 붙는 데까지 5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미리 알고 화재 직후 남아공에서 출국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등 치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보험사기 관련 제보를 받고 수사하던 경찰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이씨는 지난 5월 말 경찰에 검거되면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A씨 등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업체가 해상보험계약은 방화로 볼 수 있는 확정적 증거를 보험사가 내놔야 한다는 영국법에 준거하고 있다는 점과 소유주와는 무관하게 선박 국적이 해외일 경우 사고 사실을 국내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을 명백한 조직적 기업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해당 사건을 두고 경찰은 “보험사와 선박 소유가 국내 업체이나, 선박 국적이 비누아투이고, 사건 발생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기 때문에 사건 사고 사실을 국내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케이스”라며 “선장 또는 선원의 방화가 아닌 업체 대표가 범행을 계획해 업체 고위 간부 등을 범행에 가담시켜 자칫 완전 범죄로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최근 선박과 관련해 지급된 보험금 중 가장 큰 사건”이라며 “보험사기 한 건으로도 가장 큰 액수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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