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약관 명시 없는 사업비 내라” … 삼성 “그럴 수 없다”
한화생명 “안 준다는 게 아니라 시비 가릴 필요 있다” … 삼성과 약관 달라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소송 戰 돌입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약관에 없는 사업비 문제로 촉발 된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가 생명보험 업계를 강타한 가운데 지난 9일 분조위 권고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은 한화생명과 지난 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권고안을 수용 반대한 삼성생명이 같은 듯 다른 길을 가고 있어 관심이 집중 된다.

◇ 금감원 “약관 명시 없는 사업비 내라” … 삼성 “그럴 수 없다”

지난 13일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내면서 금감원이 즉시연금 관련한 소비자들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문제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 달 금감원이 즉시연금 분쟁조정을 신청한 6명에 대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액을 1명씩 따로 적용하지 말고 같은 문제로 보고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지급하라고 공문을 보내면서 발생했다.

금감원의 공문대로 실행할 경우 가입자 5만 5000여명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이 4300억원에 달해 주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판단에 맡겼다.

이에 지난달 26일 삼성생명 이사회는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권고를 수락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고객보호 차원에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은 주기로 하면서 약 370억원으로 추산되는 금액을 8월 중으로 지급 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삼성생명 측 관계자는 "해당 민원에 관해서 시간을 미루면 안 된다는 판단"이라며 “과소지급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추가지급 여부를 정하기로 한 만큼 가급적 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지급을 권고한 지난해 11월 이후 소멸시효가 완성된 지급액에 대해서도 완성 여부와 무관하게 전액 지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 한화생명 “안 준다는 게 아니라 시비 가릴 필요 있다” … 삼성과 약관 달라

삼성생명은 명확하지 못한 약관으로 인해 사실상 시비를 가려야 하는 처지라면 한화생명은 약관이 조금 달라 논란에서 약간 빗겨나 있다.

삼성에게 문제가 됐던 약관은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 지급한다’는 약관인데 여기서 매달 연금을 지급할 때 만기보험금을 지급재원으로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으니 지급하지 않은 보험으로 봐야 한다는 금감원의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한화생명 약관에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한 뒤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강조한 덕분에 삼성생명과 같은 문제로 엮었으나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해 사업비 등 금액을 연금액에서 공제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입장은 다르다.

매달 가입자에게 주기로 한 연금액에서 공제를 한다는 점은 약관에 명시 되어 있지 않는 점은 삼성생명과 다를 바 없고 굳이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약관에 담아 일을 키웠냐는 입장이다.

특히 약관에 대한 법률 제 5조 2항에 따르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조항에 의거해 약관을 만든 생명보험사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하지 말라는 문제가 아니라 매달 가입자에게 주기로 한 ‘연금액’에서 공제를 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으니 전부 지급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에 한화생명 관계자는 “연금액을 안 드린다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어 이렇게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분명하게 약관에 명시가 되어 있는 부분도 있는 만큼 법적으로 시비를 가려 잘못이 확인 될 경우 지급하지 못한 액수와 지연 된 부분도 지급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보험료를 보험사에 목돈으로 낸 뒤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으로 만기환급형의 경우 매월 이자로 연금을 받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받는 상품이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뗀 뒤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연금을 주는 데 만기 때 돌려줄 원금을 채우기 위해 매월 연금액을 공제해온 것이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이에 생명보험사 측은 연금액을 다 보장하라는 것은 사업을 하고 있는 보험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였고 금감원은 약관이 명확하지 않아 이 사단이 일어났으니 그 책임도 보험사가 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제시 돼 분쟁이 일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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