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1천억대 순익·IB 부문 사업다각화 순조
국세청 세무조사 변수에 고성장세 지속 여부 주목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금융권이 올해 국세청 세무조사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4~5년마다 진행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는 하나 현 정부 들어 첫 조사인 만큼 금융권은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메리츠, 종합 투자은행(IB)으로 사업모델 전환 순조롭게 진행 중

그중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 종합 투자은행(IB)으로 사업모델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잘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6일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109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1분기 1034억원으로 처음 1000억원대 순이익을 달성한 뒤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작년 11월 자기자본 3조원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투자은행) 자격을 얻은 뒤 리테일, 트레이딩 부문을 중심으로 전 사업부에서 고른 이익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14일 메리츠종금증권이 종금사에서 종합 투자은행(IB)으로 사업모델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종금업 라이선스 종료 후에도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갖춰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지정됐다. 지난 2015년에는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었던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해 체질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 최희문 부회장, 성과주의 경영으로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0년 최희문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이후 주력했던 부동산 금융 비중을 줄이고 IB 부문을 강화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의 실적 개선 추세라면 증자 없이도 자기자본 4조원 조건을 충족해 초대형 IB로 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희문 부회장은 독특한 성과주의 경영으로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당시 자기자본 5000억원대 중소형 증권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을 8년 만에 3조3000억원대 대형사로 키웠다. 최 대표는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이 최 대표를 메리츠금융그룹을 이끌어갈 동반자로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취약한 부문이었던 리테일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판매 라인업을 강화해 IB 부문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 잘 마칠 수 있을지 금융업계 주목

이런 상황인 가운데 조세금융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 7월 1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원들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위치한 메리츠종금증권에 본사에 파견해 오는 9월까지 3개월 일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한진그룹 '갑질' 논란...검찰의 범(凡) 한진가 수사 등으로 주가 약세

한편, 증권사들의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은 상반기처럼 밝지만은 않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위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식 거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KRX 증권업종 지수는 연중 고점 대비 25.6%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20년에 종금(종합금융) 라이선스도 반납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진그룹 '갑질' 논란으로 인해, 지난달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가 검찰의 범(凡) 한진가 수사 등 영향으로 연일 약세를 보였다.

검찰이 비리 혐의로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당국 수사도 이어지면서 메리츠금융그룹 내 다른 상장 기업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행보 외에도 횡령, 배임 혐의 등 까지 겹치면서 검찰 수사는 범(凡) 한진가로 번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탈세혐의로 지난달 24일 조정호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다음날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조정호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간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두 형제는 지난 2008년 계열사 분리 및 승계 과정에서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2011년 서울고법이 제시한 화해 권고안을 양측이 수용하면서 소송이 일단락됐었다.

◇ 주요 증권사 중 가장 이·퇴직률이 높았던 증권사로 악명 높아

아울러, 그룹의 성장동력인 메리츠종금증권의 성과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이·퇴직률이 높았던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춰 계약직 비중을 늘린 만큼 이직률이 높고 불완전판매나 내부통제 같은 문제가 언제든 불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이·퇴직률은 22%다. 전체 직원의 5분의 1이 넘는 인원이 바뀐 것이다. 주요 증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정도에 불과한데, 메리츠종금증권처럼 계약직 비중이 높은 곳의 경우에는 근속연수가 5년 내외로 더욱 짧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을 기준으로 한 메리츠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63%에 달한다. 주요 10대 증권사의 비정규직 비율이 21%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근 자본확충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며 "과거 종금업 라이선스 반납 시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 전통적인 IB 영역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랫동안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 금융 비중을 줄이고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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