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지난 16일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55.6%로,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줄곧 70% 안팎을 유지하며 철옹성 같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6·13 지방선거 이후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과 실업률 급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등 경제정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점을 지지율 하락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 7일 문 대통령은 영국의 ‘붉은 깃발법’까지 언급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대하면서 진보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이처럼 현재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은산분리’란 은행법에서는 기업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비금융사가 금융사의 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 소유하도록 제한하는 법을 뜻한다.

사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뜻밖에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존 반대하던 입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통한 금융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태도로 선회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은산분리와 금융혁신은 큰 연관성이 없다.

정부는 인터넷은행 출현으로 ‘메기 효과’를 기대했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고신용(1∼3등급) 비중은 96.1%였다. 중신용(4~6등급) 차주의 비중은 고작 3.8%로 국내은행(11.9%)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게다가 최근 들어 금리도 상승세를 타면서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어졌다.

일자리 창출도 체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 임직원이 1만명이 넘어서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임직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918명에 그쳤다. 이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비대면 영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인건비 등 비용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결국,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해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국민은 정부에게 금융의 공공성 확보를 비롯한 경제 개혁을 기대했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추진에도 경제 성적이 신통치 않자 자신의 대선 공약까지 파기하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뛰어들고 있다.

우도할계(牛刀割鷄)라는 말이 있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큰일을 처리할 기능을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씀을 이르는 말이다.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가 ‘우도할계’가 되길 원치 않는다면 규제 완화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은산분리 완화가 금융권의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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