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거듭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적 위기’ 직면 글로벌 미래차 경쟁 낙오 우려
기존 수직계열화 경쟁력 상실…영세 부품산업 개혁 ‘글로벌 플레이어’ 키워야

[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이미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수직 계열화된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재무비율로 본 자동차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성은 최근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1277개 기업의 2013~2017년 재무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총자산증가율은 2.55%로 2014년 10.83% 이후 지속적 하락세였으며, 매출액증가율도 2014년 7.23% 이후 계속 낮아져 지난해에는 0.32%에 머물렀다. 재고자산 소진 속도를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도 2013년 20.07회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는 15.77회를 기록했다.

자동차 기업들의 유동비율도 점차 하락해 2013년 109.44%에서 2016년에는 91.74%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지급능력 저하로 인한 단기 재무 건전성 악화를 의미한다. 현금유입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매출채권회전율 역시 미세하지만 지속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과 매출액순이익률,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단기 재무적 안정성이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 둔화와 함께 수익성도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히고, 이에 더해 “가치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완성차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결국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들로 전이돼 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부 업종별 재무분석을 보면 완성차 업계의 재무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승용차의 생산, 수출, 내수판매가 지난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해외생산법인 또한 판매부진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수요가 저성장 국면 진입하고 있으며,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무역장벽이 더욱 강화되고 있고, 환경·안전 관련 규제 강화 추세 등도 수익성 약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수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와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판매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로 발생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가동률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업계로부터 납품받는 부품 구매액은 완성차 매출액의 50%에 이르며, 이는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만약 수익성에 집중할 경우 부품사를 향한 단가하락 유인이 더욱 커져, 이는 부품사들의 연구개발(R&D) 지출 축소로 연결돼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는 자생적 성장 여력이 미흡한 영세 업체가 대다수로,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한국기업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만도, 현대파워텍, 한온시스템, 현대다이모스로 6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일본 28개사, 미국 22개사, 독일 16개사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이에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중장기적 시각으로 기존의 산업적 생태계와 가치창출 방식에서 과감한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폭발적 성장,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으로 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은 만큼 이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생존은 결국 융합된 기술에 달려 있고, 융합된 기술은 하나의 완성차 업체가 달성하기 어려우며 각 분야별 협력업체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유연하지 않은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완성차 업계는 납품사 단가 조정을 통한 단기 수익성 향상보다는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R&D 지출을 늘리고, 글로벌 기술기업에 대한 적극적 M&A를 추진하며,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등 성장성 강화를 위한 전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부품사의 육성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정보기술(IT)·전자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생존 경쟁이 이전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고, 밸류체인이 변하는 상황에서 수직계열화 구조의 단일·소수의 매출처는 부품사에게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핵심 부품사가 다수의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로 점차 변화될 것”이라며 “결국 국내 부품 업계도 미래형 자동차 부품 개발에 대응할 시장 경쟁력을 키워 특정 완성차 업체에서의 종속에서 벗어나 다양한 글로벌 매출처를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구조 개혁에는 정부도 중요하다. 이에 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력을 갖춘 부품사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완성차와 부품업계간 공정한 거래관계가 정립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적정한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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