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계 기준과 같은 요구는 무리…모호한 회계오류 참작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업계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업계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김학수 금융위 증선위원,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을 포함해 회계업계와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약·바이오 업계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현행 회계기준의 합리적인 해석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며 “감독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러한 기준을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서 기업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겠지만, 이 경우 객관적인 입증을 위한 노력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당국이 연구개발비 처리기준을 제시하되, 각 회사가 특징에 맞춰 회계처리를 달리하더라도 타당하다면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글로벌 제약사와 동일한 회계처리를 요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국내 제약 업계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가 글로벌 기준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금융당국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감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주로 복제약을 생산해오다가 이제 막 신약 개발을 시작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투자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어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이 같은 영향으로 업계는 경영상 어려움이 생겼으며 코스닥시장의 제약·바이오기업 주가가 잠시 등락을 거듭하는 등 관련 투자도 위축됐다.

이런 문제에 김 부위원장은 “감리 결과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지만, 회계기준 모호성 등에 따른 회계오류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약·바이오 산업이 아직 성숙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을 고려해 신약 개발 등 국내에서 회계기준 적용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분야는 기업 스스로 회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상장 관련 제도에 대해서도 김용범 부위원장은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회계하면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약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상당 규모의 자금에 대해 회계기준에 맞게 투자자들에게 기업 재무상황을 잘 알린 기업들이 불합리한 상장 관련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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