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내수부진 영향…9개월째 동결 유지
美 9월 인상 시, 한미 금리 역전 폭 0.75%p로 확대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9개월째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9개월째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현 수준인 1.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은 작년 11월 1.25%에서 1.50%로 0.25%p 인상한 후 9개월째 동결 기조가 유지됐다.

31일 금통위는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하기로 정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의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고 금통위의사록에서는 세 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에 긍정적으로 바라봐 8월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최악의 고용 쇼크에 이어 가계소득 양극화, 소비심리 위축 등 국내 경제 전반이 침체에 미·중 무역분쟁 등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8월 인상을 가로막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지표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치면서 세계 금융위기였던 지난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은이 금리 인상에 대해 적잖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8일 조사된 8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9.2로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어제 발표된 기업 체감경기지수는 1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조사됐다.

대외상황도 신통치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장기전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차관급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 22~23일 미·중 차관급 협상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현재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경우 국내 교역여건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터기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불안도 금리 인상에 불안요소다. 최근 터기 리라화 폭락으로 신흥국 환율 불안이 나타나며 취약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내렸다. 한은은 아직 국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된 상황이다.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 차는 0.75%p가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계속해서 금리 인상 의지를 밝혀 미국이 추가로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한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할 경우 금리 격차는 최대 1%p까지 벌어지게 된다.

국내 경제상황뿐만 아니라 대외상황도 여의치 않지만, 한은은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미룰 수 만은 없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15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대출은 1400조원을 웃돌았다. 게다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하면서 누적된 금융 불균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은 10월과 11월 두 번의 금통위를 남겨뒀다. 이에 고용부진으로 경기 위축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2% 부근에 도달하면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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