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사후 규제·네거티브 방식 등 도입해 시범적 사업 허용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없어…진입 규제 최소화해야 산업 발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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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한국에서도 알리바바가 나오려면 현재 국내 핀테크 기업에 얽매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에게 의뢰해 ‘알리바바의 성공을 이끈 중국 규제 완화의 2가지 특징’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경연은 지지부진한 한국 핀테크 산업 관련 규제 완화가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알리바바의 성공을 뒷받침한 중국 규제 완화의 특징으로 ‘유연한 규제 방식’과 ‘시장진입 제한 최소화’ 등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핀테크 산업에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 덕에 알리바바는 지난 2004년 알리페이를 시작해 대출중개, 신용평가, 온라인 펀드, 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반면 국내 핀테크 산업 관련 규제들은 각종 심의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사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해 신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초기 시장진입이 어려워졌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는 초기 시장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렇게 한국이 사전규제에 발이 묶이면서 지난해 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 중 단 1곳만이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은 핀테크 100대 기업 중 9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세 곳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작년 핀테크 도입률도 조사대상 20개국 중 가장 높은 69%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새로운 핀테크 산업에 ‘실험적인 규제 완화’를 적용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알리페이 사업 초창기에는 시범적으로 중국 남부지역에 국한해 온라인 지급결제 영업을 허용했지만, 이후 전국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한국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비은행 전자금융업자를 직불전자지급수단, 선불전자지급수단, 지급결제대행 등 업종별로 세분화해 구분했으며, 각각에 대한 진입요건을 달리하는 등 업무영역마다 칸막이를 쌓아두고 있다.

홍승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 팀장 “사전적으로 규제를 강하게 하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든지 애초에 나올 수 없는 환경이 조성돼 부작용 역시 발생하지 않게 됐지만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편익을 계산해야지 눈에 보이는 비용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팀장은 “포지티브 규제로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편익은 발생하지 않는 데 따른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전적으로 규제했을 때의 비용이 사후적으로 페널티를 부과해 규제하는 비용보다도 크다면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정에 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0일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 보유 상한 4%→34%)가 완화됐다. 지난해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출범한 케이뱅크가 자본금 부족 탓에 대출상품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등 난항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뱅크가 영업을 개시한 지 536일 만에 이뤄진 후속조치다.

이에 반해 중국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소유 및 경영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대출 서비스를 비금융회사에도 허용했고, 2012년에는 비금융회사의 자산운용사 소유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알리바바는 자기자본 운영방식의 소액대출회사를 설립했으며 이후 2013년에는 텐홍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온라인 자산운용상품인 위어바오를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의 사례를 통해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규제 환경이 중국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어야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판 알리바바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핀테크는 틈새시장이 생겨나고 있어 금융권 안에서도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졌지만 국내 금융업은 등록할 수 있는 업종을 미리 정해놓고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유사수신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핀테크가 새롭게 발전해 나갈 기회가 부족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국내에서는 핀테크가 성장할 수 없어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는 것은 필요하지만 섣부르게 모두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는 외국보다 법이 매우 허술한 편으로 무엇보다 처벌 규정이 매우 약하다. 따라서 미국같이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시장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하며 징벌적 손해배상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이 조성 돼야한다”며 “따라서 핀테크 육성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처벌규정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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