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최대 3억원 전세자금 지원…일반 서민 박탈감 커
감사원 “한은, 과도한 복리후생·유급휴가 방만 경영” 지적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최근 집값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공기관인 한국은행이 직원들의 주거비를 과도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 있는 76제곱미터 형 아파트는 시세가 18억원대로 전세 보증금은 4억원이 넘는다. 더욱이 이 아파트의 월세는 120만원 정도지만,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한은 직원은 매달 30만원의 사용료만 냈다. 월세 시세가 110만원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다른 직원은 단돈 16만원에 살고 있었다.

이와 같이 한국은행이 소유한 전체 공관과 사택은 212곳이며 이 중 65%가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직접 임차한 직원용 사택들로 월급에서 차감한다는 사용료는 평균 월세 시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사택을 지원받는 한은 직원들은 6~7년 차인 4급 직원들로 평균 연봉이 1억원 넘는다. 한은은 직원들 복지를 위해 최대 3억원까지 무이자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복지로는 너무 과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치솟는 와중에 한은이 일반 직장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주거 혜택을 제공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박탈감만 키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사택을 신청하려면 무주택자여야 하며, 입주 후 주택을 소유하면 집을 비워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한은 내 자체 검증이나 강제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들의 과도한 주거지원은 비단 한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입수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2014년 부산 광안동에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빌딩을 135억원에 매입해 직원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예탁원의 직원 320명 중 3분의 1은 이곳에서 월세도 내지 않고 공짜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연봉 1억원에 정년까지 보장되는 예탁원 직원들에게 공짜 오피스텔까지 제공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예탁원 외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한부모 및 장애인 가정’ 등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금리 2.18%보다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는 등 공공기관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주거 지원을 해주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편, 앞서 지난달 18일 감사원은 한국은행의 과도한 복리후생제도와 유급휴가제도, 퇴직금 가산제도로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며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한은의 지원업무 인력과 국외사무소가 과다하게 운영돼 통폐합이 필요하며, 한국은행 현직 임직원 단체 소유의 기업과 화폐 금융박물관 내 뮤지엄샵 운영권 등을 수의계약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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