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정규직’인 특정직은 91.8%가 여성…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비해 성차별 구조 심각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여전히 산업은행의 유리천장은 단단했다. 산업은행 내 1급 이상 임원급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에 반해 ‘2등 정규직’이라고 하는 특정직의 91.8%는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에서 받은 ‘직급별 남녀 임직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임원 8명, 집행 부행장 7명, 준법감시인 1명, 1급 86명 등 임원급 고위직 102명이 모두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2∼5급 일반직 정규직 사원 2265명 중에도 남성이 1654명으로 전체의 73.0%를 차지했다. 게다가 일반직 내에서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비율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5급 내 여성의 비율은 44.2%였지만 4급 31.1%, 3급 17.3%로 조사됐으며 2급은 고작 3.4%밖에 되지 못했다.

반면 텔러, 외환, 비서 등의 특정직에서는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특정직 547명 중 여성 비율은 502명으로 91.8%에 달했다. 특정직은 채용, 이동, 승진, 보수 등에서 일반 정규직과는 별도 인사체계에 따라 운영되면서 차등이 있어 '2등 정규직'으로 불린다.

더욱 심각한 점은 산은의 여성 임원 수는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비교해도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었다.

올해 3월 기업은행은 일반 정규직과 ‘2등 정규직’으로 구분해 운영해왔던 급여와 승진체계를 단일화했다. 지난 7월 정기인사에서는 여성본부장 1명과 여성 지점장 13명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1급 이상 임원급에서 여성 비율은 10.1%, 6급 이상 일반직 사원 8790명 중에선 41.5%를 차지했다.

김병욱 의원은 “여성 행원들을 2등 정규직 별도 직군으로 관리하며 승진과 급여에 차등을 두는 반면 고위직 여성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은행권 전반의 현실”이라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앞장서서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2등 정규직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산업은행의 견고한 유리천장이 세상에 밝혀지자 채용단계부터 만연한 은행권의 성차별 구조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초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에서 하나은행은 지난 2014년 하반기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을 600점 만점에 467점으로 남성(419점)에 비해 월등히 높게 정해 여성을 더 떨어뜨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도 지난 3월 중순 검찰 조사로 지난 2015년 상반기 채용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맞추기 위해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은행권의 채용단계부터 승진까지 여전히 성차별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