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GM이 한국GM에 10년 동안 신규 투자를 하기로 한 점은 장기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며 6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만큼 ‘먹튀’는 아니다.”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 발언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한국GM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대에도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강행하면서 이 회장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특히 법인분리 과정에서 산은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도 못하는 등,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취임 1년이 갓 지난 이 회장에 대한 책임론 역시 불거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회장에 대해 질문 공세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산은패싱’, ‘제2의 론스타 사건’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이 회장은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판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한국GM의 법인 분리가 ‘먹튀’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덧붙여 이 회장은 “법인 분할이 철수 의도라고 보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토권 때문에 산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GM은 10년간 철수를 못 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 회장이 그토록 강조한 비토권이 과연 한국GM의 철수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번 법인 분할이 비토권 대상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향후 비토권 대상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산은의 후속조치는 ‘사후약방문’ 수준에 그칠 우려가 있음에도, 이날 국감에서 이 회장은 마치 GM의 대변인처럼 답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기서 우리는 GM이 지난 2013년 호주에서 한 행동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당시 GM은 호주 철수설이 불거지자 ‘우리는 여기 남을 것이다(We are here to stay)’라는 TV 광고까지 선보였지만, 호주 정부가 추가 지원을 거절하자마자 공장 폐쇄를 단행했다. 

현재 4000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신뢰가 깨진 약속밖에 없다. 이제 산업은행은 ‘빈틈’ 투성이 약속에서 책임 회피가 아닌 새로운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