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민간에 일방적 비용부담 지워 관치금융 논란일어
신용카드 등 비교 소비자 유인책도 부족 지속여부 불투명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앱투앱 결제방식으로 낮은 원가구조를 통해 소상공인에게는 0%대의 낮은 결제수수료를 제공한다. 사진은 오늘(22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제로페이 가입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앱투앱 결제방식으로 낮은 원가구조를 통해 소상공인에게는 0%대의 낮은 결제수수료를 제공한다. 사진은 오늘(22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제로페이 가입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제로페이’가 다음달 17일 시범 실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BC카드 등 주요 업체들이 제로페이 사업에서 발을 빼며 난항에 부딪혀 향후 사업의 성공 여부가 안개에 쌓였다.

제로페이 사업이란 서울시,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은행과 민간 간편 결제사업자들과 협력해 구축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돈이 이체되면서 카드결제 중간 단계에서 밴(VAN)사가 수수료를 떼어가는 과정이 생략된다.

처음 정부는 카카오페이와 비씨카드 등 기존 시장에서 쓸 수 있는 간편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업에 18개 은행과 카드사 및 10개의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업무협약에 참여하기로 했던 카카오페이와 BC카드는 기존 가맹점과 제로페이 QR코드 체계가 호환되지 않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자 수익성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이와 같이 민간 사업자들이 난색을 보이자 민간 사업자들의 QR키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정부는 가맹점마다 새롭게 QR키트를 설치하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은행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약 39억원에 이르는 플랫폼 설치 비용부터 매년 35억원의 운영 비용을 은행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와의 협약 탓에 은행 간 발생하는 계좌이체 수수료도 받지 못하거나 낮춰야 한다.

일각에선 제로페이가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제로페이 사용 시 혜택으로 소비자에게 소득공제 40%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지급카드 전체 이용실적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했다.

이처럼 카드 사용이 익숙한 소비자들이 할인, 포인트 적립, 쿠폰 제공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두고 굳이 현금 결제와 같은 방식을 소비자들이 사용할 이유는 부족하다.

지난 18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제로페이를 활용한 가맹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 보고서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당장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1개월 이상 지연 결제가 가능하고 별도 비용 없이 무이자 할부가 가능해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면 제로페이의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로페이는 공익적 차원에서 운영 관련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협약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가맹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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