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지난 5월 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퇴직금을 올려주고 희망퇴직을 하도록 적극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10명이 희망퇴직하면 그 자리에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청년 채용 확대를 주문했다.

이와 같이 정부가 청년 일자리 확대 요구에 연말 주요 시중은행에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400여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인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에서도 올해 상반기 700여명이 짐을 쌓으며 올해 들어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한 KEB 하나은행에선 지난 8월 274명이 회사를 떠났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 이에 따라 퇴직자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업계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사실 시중은행들은 과거 영업점을 통한 영업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영업구조가 바뀌면서 신규 인력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 결국, 정부의 청년 일자리 확대 요구에 따르려면 기존 4050의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요즘 자식 세대는 취업을 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지만, 쉽사리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회사 안팎에서 퇴직 압박을 받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그러나 자리 못 잡은 자식을 생각하면 아직은 좀 더 일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일자리만을 생각하며 청년 고용을 생각하기보단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방법으로 단기 성과에 연연해 하고 있다.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청년 취업이 시급한 문제라고는 하지만 청년들의 희망만 우선시해선 안 된다. 중·장년층 역시 아직 희망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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