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12년 이끈 유상호 사장, 부회장직 수행 일선서 후퇴
"CEO만 12년 과분해…정상서 내려올 최적기 판단" 소회 밝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임원 인사로 유상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정일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그간 최연소 대표이사를 비롯, 증권업계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다양한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2007년 47살에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이후 12년간의 CEO 생활을 이어왔다.

유 사장은 지난 23일 '행복한 증권맨 30년의 삶'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날 유 사장을 부회장으로 내정했다.

유 사장은 서한에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올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운을 띄웠다.

또한 "1988년 증권업계 입문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다"며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만에 대형 증권사 CEO가 됐고, 지난 30년 중 직원 11년, 임원 19년을 지냈으며 그 가운데 CEO를 12년 역임했다. 너무나 과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138개 기업을 기업공개(IPO)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 발전에 기여했고, 수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 증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타사보다 2∼3배의 신입 직원을 계속 채용했다"며 "이 두 가지는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맡아 온 CEO 자리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이 맡게 된다.


◇다음은 유 사장이 남긴 글 전문이다.

행복한 증권맨 30년의 삶

유상호입니다.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습니다.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을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습니다. 너무나 과분합니다.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됩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 올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여년간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더욱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편하고 뿌듯한 이유입니다.

지난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매년 최고의 이익을 기록해 왔다는 것이 아닙니다. CEO 취임 이후 단연 업계 최고인 138개의 기업을 IPO 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 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체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 이상의 신입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비록 예전의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은 내려 놓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학적으로도 한 시대의 완벽한 완성 내지 마무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동안 많이 이끌어 주고 또 믿고 따라와 준 선후배님들 덕분입니다. 특히 언론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항상 큰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 더 편한 자리에서 더 자주 기자 여러분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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