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대법원 판결 따라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 검토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고용부가 지난 8월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유급 주휴일(일요일)에 대해선 여전히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 시간'으로 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30일 정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8월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수정해 조만간 재입법 예고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약정휴일은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 예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입법 예고될 개정안의 핵심은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산정기준시간에서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른 약정휴일(토요일)을 빼고, 그에 해당하는 임금도 제외하는 것이다. 실제 근로하지 않은 시간(약정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정작 논란의 핵심인 주휴 시간에 대해서는 기존 의견을 고수해 오히려 최저임금 시급 계산방식이 더 복잡해지는 결과가 예상된다.

고용부가 8월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월급제 또는 주급제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상을 받았는지 여부를 다툴 때 시급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을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유급으로 처리되는 (모든) 시간'으로 바꾼 것이었다. 실제 받은 임금(분자)은 고정인 상황에서 기준시간(분모)이 늘어나면 나눈 값(시급)은 작아져 최저임금 위반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경영계에선 시행령대로라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고용부 판단과 달리 대법원은 2007년 이후 일관되게 "기준시간(분모)에 소정근로시간만 넣어야 한다"며 고용부의 계산법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부는 시행령 문구를 조정하면 대법원 판결이 따라올 것이라며 지난 8월 입법 예고했다.

고용부가 최저임금 산정기준시간에서 노사 단협에 의한 약정휴일(토요일)을 빼고 '소정근로시간과 주휴일'만 포함하는 쪽으로 검토에 나선 것은 지난달 12일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의 대상은 주휴일이었는데 이번에 약정휴일과 관련한 첫 판례가 나온 것"이라며 "대법원 법리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이 판결을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서 약정휴일을 제외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임금도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단협에 따라 토요일을 유급 처리하고 있는 대기업 중 일부는 최저임금 위반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주 5일제 도입 당시 무급 휴일이었던 토요일이 유급화된 곳은 대부분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저임금 환산 시급 논란의 핵심인 주휴일에 대해서는 더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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