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만 12년 역임…한투증권 최고로 키워내
한때 일 거래량 5% 매매 전설적 ‘신화’ 남겨
단기실적 연연 말고 사장·임원 단합해야 성공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인터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CEO만 12년을 역임하는 등 장수 경영자로 자리를 지킨 비결로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임원들과 잘 협력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한때 하루 주식거래량의 5%를 혼자 차지할 정도의 독보적인 증권맨으로 증권가의 전설로 통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CEO만 12년을 역임하는 등 장수 경영자로 자리를 지킨 비결로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임원들과 잘 협력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한때 하루 주식거래량의 5%를 혼자 차지할 정도의 독보적인 증권맨으로 증권가의 전설로 통한다.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직업이 CEO’, ‘영국 신사’, ‘최고의 국제통’, ‘전설의 제임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에 입행했다가 1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온 1988년 대우증권에서 본격적인 증권사 생활을 시작했다.

유 사장은 입사 4년 뒤인 1992년부터 7년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이때가 그의 인생 터닝포인트였다. 유럽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물론 한국이라는 나라조차 생소했던 시절 그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기본이 잘 다져진 금융지식과 출중한 영어실력으로 영국, 독일 등 유럽의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을 혼자 독식하다시피 했다.

당시 한국 증시에서 하루 동안 거래되는 주식의 5%를 유 사장 혼자 매매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런던 금융가에서 “한국 주식을 사려면 제임스(유 사장의 영어 이름)에게 가보라”는 말이 생겨 났을 정도다. 이때 생긴 별명이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다.

1999년 한국에 들어와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일하다, 2002년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삼고초려에 동원증권에 합류했다.

옮기기 전 유 사장은 김 부회장으로부터 1년여간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2005년 한국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의 통합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본사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근무했고, 2년 뒤인 2007년 3월 47세의 나이로 업계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세일즈맨의 꿈인 CEO 자리에 올랐다.

유 사장이 한투를 이끌며 이룬 성과도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으며 발행어음에 뛰어들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등 해외 진출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 갱신, 자기자본이익률(ROE) 10%대 유지 등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사원으로 입사해 40대 중반에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12년간 내리 그 자리를 지켜온 국내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롤모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그가 내년 초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유 사장의 자리는 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인 정일문 부사장이 8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대신한다.

- 12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소회는 어떠신지요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습니다.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 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을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습니다. 너무나 과분합니다.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학적으로도 한 시대의 완벽한 완성 내지 마무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동안 많이 이끌어 주고 또 믿고 따라와 준 선후배님들 덕분입니다. 특히 언론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항상 큰 힘이 됐습니다.

- 증권가 최연소·최장수 CEO 비결은 무엇인가요

오래 할 욕심을 부리지 않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단기 실적에 조급해지고 바로 밑에서 일하는 사람을 견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과 임원들이 서로 견제하고 적으로 대하기 시작하면 오래갈 수도, 조직이 발전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 본인만의 경영 철학을 얘기해 주신다면

직원들을 나의 조력자로 생각합니다. 잘하는 일은 부하의 공으로 돌리고 못하는 일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서 신뢰가 생기고 호흡이 맞는 것이기에, 아무리 바빠도 1년에 30개 이상의 지점을 직접 방문하고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직원들에게 ‘출근할 때 설레고 퇴근할 때 마음이 가벼운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 올해 실적 기대해도 되나요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됩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 올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여년 간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더욱 도약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편하고 뿌듯한 이유입니다.

- 회사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고 동남아 진출과 IB영역 확대, 해외투자 플랫폼 구축 등으로 수익성 다각화를 진행 중입니다.

-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CEO 취임 이후 단연 업계 최고인 138개의 기업을 IPO 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체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 이상의 신입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이제 저는 비록 예전의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은 내려놓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 편한 자리에서 더 자주 기자 여러분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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