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전기차 등 두루 쓰여…삼성전기 ‘호실적’ 밑바탕
IMF 시절 MLCC서 손떼, 재진입 위해 경영진 ‘결단’ 필요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LG그룹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MLCC는 가로×세로 1㎜가 안 되는 크기에 유전체와 전극을 수백 겹 쌓아놓은 부품으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필수 부품이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에는 약 1000여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MLCC가 전기차 등 자동차에도 많이 쓰이면서 MLCC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으로, 삼성전기가 지난 3분기 역대 최대인 40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MLCC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삼성의 라이벌이라 할 LG는 정작 MLCC호황에서는 구경꾼 역할에 그치며 오히려 MLCC를 전량 사다 쓰는 실정이다. LG전자 내에서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VS사업본부의 경우 올해 첫 적자탈출이 기대됐으나 MLCC 가격이 오른 탓에 흑자전환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헌데 지난 역사를 MLCC와 관련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래 LG그룹이 MLCC를 생산했다는 것이다. LG는 LG이노텍의 전신인 LG전자부품을 통해 1990년대까지만 해도 MLCC를 생산했으나,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말 MLCC 설비를 삼성에 넘기며 손을 뗐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결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현재 LG그룹 내에서는 MLCC에 관한 노하우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한국세라믹기술원에 MLCC와 관련 기술자문까지 의뢰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LG그룹이 다시 MLCC에 진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만약 나서게 된다면 현재 부품사업을 맡고 있는 LG이노텍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며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최고위층의 결단 없이는 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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