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이후 1000대 상장사 매출 3배 늘어
기업매출 1400조 횡보·1조 클럽 2012년 이후 감소
기존 패러다임으론 부진 지속…선제적 조치 필요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국내 1000대 상장사의 성장세가 한계에 도달해 새로운 성장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국내 1000대 상장사의 매출이 3배 증가했으나 2012년 이후 매출 1조 클럽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13일 한국CXO연구소의 ‘1996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1000大 상장사 경영 실적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게 된 1997년 당시 매출액 규모는 452조원이었으며, 1997년부터 IMF 관리 체제에서 있던 2001년까지 4년 동안에도 국내 상장사 매출은 계속 증가했다.

1998년 매출은 이전해보다 10.8% 성장했고, 1999년(7.3%↑), 2000년(17.6%↑)에 이어 2001년에도 전년 대비 매출 규모가 5%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1000대 상장사 매출은 663조원으로 높아졌다.

이는 유동성 문제로 위기를 겪었음에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의 성장 엔진만큼은 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IMF 관리 체제를 벗어나 2008년까지 국내 상장사들은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에는 전년보다 27% 이상 성장해 매출 1000조원대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1.3%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2012년까지 매출은 다시 지속 증가해 2011년 매출 1400조원대에 처음 진입했고, 2012년에는 1482조원까지 증가했다.

2012년 이후 국내 상장사들은 매출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상장사 매출은 2012년보다 오히려 하향 곡선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1492조원으로 5년만에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내 1000대 상장사는 지난 2011년 1419조원 매출을 달성한 이후 7년 동안 1500조원대 문턱을 한 번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상장 기업들이 외형 성장 정체기라는 긴 터널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매출 둔화 현상은 ‘1조 클럽’ 기업 수 변동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1000대 상장사 중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 숫자는 지난 1996년과 1997년에는 각각 69곳, 74곳이었다. 이후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2001년에는 107곳으로 처음으로 100곳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에는 192곳까지 늘어났다. IMF 외환위기였던 1997년과 비교하면 1조 클럽 기업 숫자는 118곳이나 많아졌다. 하지만 1조 클럽은 지난해 187곳으로 2012년보다 오히려 5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기업 매출 규모가 1400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으로는 한국 경제를 역동적으로 움직여나가는 성장 엔진 동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선제적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 둔화의 깊은 골짜기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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