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이도희 기자

 

대규모 감원 바람이 여의도 증권가를 강타하고 있다.

증권가가 신년 사업 개편에 착수하면서, 증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점 전배·원격지 발령 등 사실상 변칙 구조조정과 강제 희망퇴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자 증권가는 발 빠르게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신년 사업 개편에 착수했다. 특히 지점 통폐합으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투자은행(IB), 부동산신탁 분야에 군침을 흘리며 신사업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 지점수는 1000개 미만이며,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3만6220명으로 줄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시작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1975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만 43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인위적인 퇴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던 미래에셋대우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다수 증권사들이 지점 통폐합을 고민하고 있어 증권가에는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게 불 것이란 전망이다. 매해 본사에서 갑작스럽게 지점으로 밀려나는 인력들이 많았는데, 올해에도 이런 인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업계 관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일부 직원에 대한 원격지 발령을 두고 노조가 사내에서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 지점이 폐쇄됨에 따라 해당 지점에 속한 직원들은 인근 지역으로 발령내야 하지만, 실제 거주지와 거리가 먼 지역으로 발령을 내려한다는 것이다. KB증권도 사내에서 본사 장기근속한 직원을 지점으로 발령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가 흉흉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점에서 영업 경험을 쌓도록 한다는 의도이지만, 직원들은 가뜩이나 지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점 발령을 내는 것은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증권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지점으로 발령해 영업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밥값을 하라는 것인데, 경험도 없는 사람을 지점에 보낸다는 것은 회사를 나가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증권거래의 디지털화로 인건비 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매정하게 직원들의 등을 떠밀게 아니라, 다른 방법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 없어졌다고 희망퇴직 신청서부터 내미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신년을 맞이하며 올 하반기를 마무리하는 숙제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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