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최근 서울시내 제로페이 가맹점이 간신히 2만곳을 넘기며 가입률이 3% 수준에 머물러,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로페이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영업자들의 썰렁한 반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가 연 매출 30억원 가맹점까지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제로페이의 장점이 와닿지 않은 탓이다.

오히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나 과도한 로열티를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구조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시큰둥한 반응은 자영업자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들 역시 심드렁하다. 연말 소득공제 40% 혜택을 제외하면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기존에 카드사가 제공했던 혜택과 비교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제로페이만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의 ‘제로페이를 활용한 가맹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 자료에서도 현재까지 제시된 유인책으로는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체하거나 적어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 제로페이 광고를 제작해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원순 시장도 지난달 어깨띠를 두르고 적극적으로 제로페이 홍보 활동을 벌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광고 내용 어디에도 기술혁신이나 핀테크는 없었다.

제로페이는 자영업자를 돕는 ‘착한 소비’라고 설명하며 공정경제 실현을 강조할 뿐 기술 발전에 따른 편의성도 실질적으로 자영업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담지 못했다.

게다가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시중은행들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서는 추심이체수수료를 면제하기 때문에, 결국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좌이체 수수료는 오롯이 은행들이 부담하게 됐다.

궁극적으로 어느 누구도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혜택은 고사하고 오히려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한 재정 부담에 희생을 강요당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소비 선택권을 침해받았다.

일방적으로 ‘착한 소비’를 정의하고 그 외에 다른 답은 찾지 않는 것이 과연 서울시가 주장하는 ‘착한 소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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