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사단 “EGR 설계에 결함, 원인 알고도 모른 척” 주장
BMW 검찰에 고발·과징금 112억 부과…EGR 추가리콜 고려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BMW가 520d 등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원인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리콜도 뒤늦게 조치를 취하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정부의 결론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BMW를 24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으며, 리콜대상차량의 ‘흡기다기관’을 리콜조치토록 하고 EGR 추가리콜 여부도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BMW 화재사고’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주도로 자동차·법률·소방·환경 전문가, 국회, 소비자단체,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32명이 참가한 조사단은 지난 8월부터 화재원인을 파악해왔다.

조사단은 EGR의 설계결함으로 EGR쿨러에서 냉각수가 끓는 이른바 ‘보일링(boiling)’이 발생함을 확인했다. 디젤차의 연료인 경유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온도를 낮추는 쿨러의 단순 결함이라기보다 밸브, 쿨러 등으로 구성되는 EGR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박심수 조사단장은 BMW가 EGR쿨러 부품의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자사의) 설계용량 부족이나 EGR 과다 사용 관련을 은폐하기 위해 그쪽(부품사)에 책임 전가한 것이아니냐 의혹이 든다”며 “최종적으로 (BMW가) 부품회사에 도면을 주면 부품사가 받아서 납품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특히 이번 조사에서 EGR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밸브를 완전히 닫지 못하는 현상(열림고착)을 확인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알리는 경고(알림)시스템 또한 작동하지 않는 결함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밸브가 닫히지 않은 채 열려 있으면 배기가스가 고열을 식히는 쿨링 과정을 생략한 채 흡기다기관으로 유입될 수 있다. 또 EGR쿨러에 배기가스가 흘러들면 쿨러 균열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에 흡기다기관이 디젤차량의 연료인 경유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카본 슬러지’로 오염되고 플라스틱 재질의 흡기다기관이 고열의 배기가스로 약화돼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BMW에 이 부품의 리콜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EGR모듈을 교체한 520d 리콜차량에서 지난 10월 1일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조사단은 부연했다.

다만 조사단은 BMW가 전자제어 장치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등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차량의 흔들림을 비롯한 도로주행과 실험실 주행의 환경 차이를 파고들어 미 규제당국을 속이는 등 배기가스 조사 결과를 사실상 조작한 독일 폴크스바겐과 BMW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리콜 조치에도 화재가 추가로 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단장은 추가적으로 리콜 대상 부품이 늘어날 수 있는 지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EGR)을 바꾼다 해도 용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금 흡기다기관을 가지고는 언젠가는 화재가 날 개연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주행거리가 긴 일부차량의 경우) 디젤차량의 연료인 경유를 태울 때 발생하는 카본 슬러지 등이 흡기다기관에 쌓여 있고, 과다한 재순환 용량 등 EGR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한계도 있어 EGR을 교체한다고 해도 화재가 재발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아울러 BMW가 이러한 결함을 알고도 은폐·축소하고 늑장리콜을 했다고 판단했다. BMW가 앞서 지난 7월 EGR결함과 화재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해명했지만 2015년 10월 독일본사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EGR 설계변경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부터 BMW 내부보고서에 EGR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구멍 뚫림 현상이 언급된 사실도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에 따라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도 협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늑장리콜에 대해서는 BMW에 대상차량 39개 차종 2만2670대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BMW는 앞서 지난 7월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 리콜을 실시한데 이어 10월엔 118d, 미니쿠퍼D를 비롯한 6만5763대를 추가 리콜했다. 당시 EGR 냉각기에서 냉각수가 새면서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이 침전물이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면서 불이 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근거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BMW에 추가리콜 요구, 검찰고발 및 과징금 부과 등을 신속하게 이행 하겠다”며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리콜제도 혁신방안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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