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통’으로 신한사태 당시 신상훈 전 사장의 소통 담당해…온화하고 중립적인 성향
지주사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조 회장과 재일교포 사이 연결다리 역할로 ‘주목’ 받아
‘퇴출’ 언급하며 강한 불만 드러낸 위성호 은행장, 신한금융 내 갈등 봉합 쉽지 않아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 11곳의 경영진을 갈아치우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사진·오른쪽>이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깜짝’ 승진하며 지주사의 차기 회장을 노렸던 위성호 은행장은 연임에 실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신한금융지주의 대대적인 경영진 인사를 두고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쇄신에 초점을 둔 것으로 평가했다. 그 중에서도 진옥동 신한은행장 후보자는 ‘남산 3억원 사건’ 등으로 다시 구설수에 휘말린 신한은행의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다지는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온화하고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진 후보자는 지난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6년 뒤인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신한은행 근무의 절반을 일본에서 보내 그룹 내 ‘일본통’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진 후보자는 지난 2010년 신한 사태 이후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과의 소통을 담당해 신한 사태 이후 그룹 내에 남아있는 균열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울러 진 후보자는 지난해 3월부터 지주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조용병 회장과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를 연결해 조 회장과 각별한 사이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진 후보자뿐만 아니라 조 회장의 사람으로 평가받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이번 인사태풍에서 살아남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친정체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위성호 은행장은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임기가 3개월 남은 시점에서 인사가 발표된 점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남산 3억원 사건’이 위 은행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08년 라응찬 전 회장의 책략가로 활동하며 당시 신한금융의 부사장이었던 위 은행장은 ‘남산 3억원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 은행장이 신한카드 사장 재직 했을 당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임에 부정적으로 작용됐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라응찬 전 회장의 계파인 위 은행장이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자 조용병 회장이 미리 가지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 나왔다.

오늘 오전 기자들과 만난 위 은행장도 “신한금융그룹은 5개 주요 자회사 CEO들이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고 있는데, 이번에 그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며 위 은행장은 조 회장이 자신의 경쟁자들을 밀어낸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은행장 취임 때보다 전화나 메시지를 더 많이 받았는데 대부분 이해가 안된다는 내용 이었다”며 “임기 중간에, 3개월 이상 (임기가) 남아있기에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위 은행장은 “여러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며 당장 조 회장에게 반격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통해 진정한 ‘원신한’을 이뤄내겠다는 조용병 회장의 2019년 인사가 처음부터 잡음이 들려오면서, 진옥동 후보자의 앞길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 은행장이 이번 인사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해 신한금융 내 내홍이 쉽사리 잠재우기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진옥동 후보자가 그동안 보여준 따뜻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도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탈환을 할 여력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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