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대출' VS '기업 대출' 갈려
금감원 "결국 조달 자금 최 회장 몫"
‘격론’ 벌어진 한투증권 징계수위
24일 결론...징계 수위 낮아질 수도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개인 대출해줬다는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당 대출’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무리한 제재라는 의견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개인 대출' VS '기업 대출' 갈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안건이 상정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안의 핵심은 SPC를 거쳐간 대출이 개인대출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제재심에서도 같은 사안을 논의했지만 한국투자증권 측의 소명이 길어지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사업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관경고, 임원 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사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금감원 "결국 조달 자금 최 회장 몫"

금감원이 문제 삼은 혐의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최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70억 원을 SPC '키스 아이비 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후 키스 아이비 제16차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이 SPC는 최 회장과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최 회장이 이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금감원은 SPC와 TRS의 구조를 통해 우회적으로 개인대출을 해줬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모험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당국이 인가를 내준 것"이라며 "편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이 개인대출로 나간다면 발행어음 사업 자체의 의미나 효과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한 주체는 SPC지만 조달한 자금이 결과적으로 최 회장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했다.

◆ ‘격론’ 벌어진 한투증권 징계수위

반면 한국투자증권 측에서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바로 최 회장에게 간 것이 아니라 SPC라는 실체가 있는 법인에 투자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어 "TRS 거래도 증권업계 다방면으로 사용돼왔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SPC를 통한 TRS 거래는 증권업계에서 익숙한 거래 수단 중 하나"라며 "(이번 사안을)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회장의 거래로 보게 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수행됐던 증권사의 모든 SPC 대출이 불법이 되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제재와 관련해 가장 큰 쟁점 사항인 부당대출 이슈와 관련해 위원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징계 수위는 다시 한번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 24일 결론...징계 수위 낮아질 수도

한편 위원들은 지난 2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부당대출 문제를 제외한 다른 쟁점 사항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쟁점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선 이번 달 24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부당대출에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종 제재 수위는 제재심·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해야 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단기금융업 업무와 관련된 첫 제재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제재안에 따라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건은 제재 수위에 따라 향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추가로 거쳐야할 수도 있다. 첫 단계인 제재심의 결정이 두차례나 미뤄지면서 중징계가 무리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체 대출 과정에서 구체적인 투자자 피해가 없었고 발행어음 업무에 대한 과거 제재 사례가 없는 점도 중징계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가장 큰 부담은 향후 이어질 수 있는 행정소송이다. 중징계의 제재를 내린다고 해도 명확한 법리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않다. 아직 한국투자증권 측은 행정소송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제재심에서 많은 질문과 의견 진술이 있었다"며 "충실하게 소명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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