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 겸직체제…지주사 조직 안정력 강조
대구은행 내부 “은행 자율성 보장” 필요해…권력 집중에 따른 폐단 우려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김태오 회장에게 은행장 겸임을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김 회장의 셀프 겸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거기에 DGB대구은행 노조 역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14일 오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노조와 전 임직원, 지역 사회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노조의 이 같은 반대는 지난 11일 DGB금융지주가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김 회장을 추천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겸직체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지주 자추위는 김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탓에 앞서 은행장을 겸직하지 않겠다고 밝힌 김 회장은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며 ‘셀프 겸직’을 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분개한 노조는 “지난 8일과 11일 개최된 자추위에 이해 당사자인 지주회장이 개입함으로써 회의 결과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며 “자추위의 겸직 결의는 무효”라고 전했다.

반면 지주사 관계자는 “현재 경영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하고 조직안정과 통합,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하며 “은행이 추천한 후보자 2명을 포함한 6~8명에 대해 역량과 은행장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에 따라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지주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내 여론도 김 회장의 겸직에 대해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미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상황이며 과거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은행의 신뢰를 실추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은행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 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게다가 은행 임추위가 겸직 안건을 순탄하게 결의하지 않는다면 대구은행의 주식 100%를 보유한 지주사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은행 임추위를 무력화 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주사의 권한 남용 논란과 대구은행 내부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간의 우려에 대해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된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 따라 이사회의 경영감시 기능이 대폭 강화됐고, 객관적인 임원 인사제도 마련과 2년 한시적인 겸직체제임을 감안할 때, 과거와 달리 권력집중에 따른 폐단이 발생할 개연성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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