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 '학습효과' 탓 '조용'
재계는 남북경협 향방 등 이후 전개될 시나리오에 '촉각'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확정되면서 회담 결과와 그 이후 남북경협 등 향방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외견상 무관심한 표정이다. 

지난해 대북 금융지원 관련해 국내 금융권이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에 휩싸이며 다들 화들짝 놀란 탓에 올해에는 돌다리도 두드리며 걷자는 분위기라는 관측이다.

오는 27일과 28일 양일 간 베트남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핵 사찰과 대북 제재 완화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어 비핵화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무협상부터 정상회담 일주일 전까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상승했다가 회담 내용에 실망해 차익실현이 지속됐다”며 “이번 정상회담 후에도 주가 모멘텀이 지속되려면 사찰 개시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북미 연락소 설립과 인도적 지원 등의 조치보다는 단계적 제재 해제 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미정상회담 이슈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내 은행권 역시 대북제재 완화가 가시화되기 전, 섣부른 기대감으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7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랩(LAB)을 설치해 통일 이후 금융 시장 리서치 및 대북지원, 경협 관련 재단 참여, 포럼·세미나 참여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근 남북경협 관련해 단기적인 대응보다 장기간 내실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남북금융경협랩 조직을 전략기획부 내로 흡수했다.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존재인 개성공단에서 지점을 운영했던 우리은행도 경협이 재개되면 즉시 재가동할 준비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입주기업 강제 추방 당시 우리은행도 철수했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자 다시 진출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금강산지점을 개소한 NH농협은행도 작년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금강산 지점 재개에 대해 유엔제재와 맞물려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으며 조심스러워 했다.

KEB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시절 북한에 진출한 경험을 살려 지난해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을 신설했다. 현재 준비단의 규모는 지난해와 차이는 없지만 남북경협과 금융지원 역할보단 북한 관련 조사나 연구 등 학술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여름 남북 경협과 북한개발협력, 동북아 경제협력 연구 등을 담당할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 북·미 정상회담 관련해 진행 중인 사업은 없으며 북한 전문가 채용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정상회담 대화의 결과가 대북금융지원 제재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면 금융권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책은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사회문화 교류활동이나 경협재개 기반 조성사업 지원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수은 내 북한동북아연구센터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남북경협연구단을 신설한 KDB산업은행도 대북제재가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사실상 멈춰 있다.

남북경협지원위원회를 설치한 IBK기업은행은 북한 제재가 완화될 경우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공유하고 지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논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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