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지명... 직원들 사기 '뚝'
임기 3개월이나 앞두고도 임명 '무리수?"… 조용병 회장 리더십에 '상처'

왼쪽 오렌지 라이프 정문국 사장,
오른쪽 신한생명 새 사장으로 내정 된 현 보험개발원 성대규 원장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작년 12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 계열사 대표단들의 임기를 각각 3개월씩 앞두고 강행한 인사가 결국 탈이 났다. 신한생명의 새 대표로 임명 된 오렌지라이프 정문국 사장이 장고 끝에 신한생명 대표 자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신한금융지주는 새 대표로 현 보험개발원장인 성대규 원장을 지목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으나 여전히 외부인사인데다 기존 신한금융 내 역학관계가 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신만 불러오게 됐다는 비판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 임기 3개월이나 앞두고도 임명 강행하더니 … 불신만 남긴 새 사장 임명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렌지 라이프의 정문국 사장이 신한생명 사장 자리를 고사하면서 신한금융지주가 보험개발원의 성대규 원장을 새로운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전했다.

즉 신한금융지주 내 사장단으로 영전할 기회를 정문국 사장 스스로 내친 셈이 돼 버렸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신한금융 내 벌어지는 다양한 계파의 역학 관계로 얽히고 설킨 상태에서 외부인사인 정문국 사장이 주목을 받으며 사장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12월 정문국 사장이 내정 되자 신한생명 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다른 계열사 사장들은 내부 승진을 이룬 셈이지만 왜 신한생명만 외부인사로 인사를 정한 것이냐는 극렬한 비판에 시달렸다.

물론 그렇다고 신한생명 사장직을 거절한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정문국 사장이 역임했던 보험사들은 주로 외국계 보험사로 순수 국내 보험사를 역임하는 것은 처음 맡기에 부담감도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비판했던 구조조정 전문가 같은 타이틀도 따지고 보면 국내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를 개선하는 임무에 나섰기 때문이다. 노동유연성이 큰 외국계 보험사에선 별 문제가 되지 않던 사안이 국내 보험사에선 정반대로 큰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용병 회장이 바라는 온전한 구조개혁 보단 신한금융 역학관계에 얽혀 단순 소모품으로 전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 미스 여파로 신한금융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조용병 회장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현재 2018년도 결산에 따라 KB금융을 다시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 크긴 하지만 비 은행계열사를 강화하라는 특명 속에서 쌓아온 노력들이 이 같은 결과를 낳자 내부 직원들은 힘 빠진다는 말을 자주한다는 말도 들려온다. 사실상 회장으로 지지보단 불신만 낳은 셈이다.

◇ 오렌지라이프와 효과적 합병 될까? … 지주 내 어색한 동거 시작

문제는 오렌지 라이프와 신한생명이 언젠가는 합쳐질 것인데 그 날이 언젠지 또 무엇을 집중적으로 성장 시킬 것인지 아무것도 제시 할 만 한 것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의 합병은 상당히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 됐다. 강점 중 하나였던 변액보험 부문에서 최강자로 군림해 특화보험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그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IFRS17에 따른 보험업계 지각변동에 한 발 앞서간 선택이 됐다. 이는 최근 보험업계가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시장이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반면 은행에 기대 성장했던 신한생명의 고질병을 오렌지 라이프의 DNA로 해소하길 시장에선 고대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앞서 벌어진 인사 번복으로 오렌지 라이프의 DNA가 효과적으로 신한생명에 정착 될 것인지는 미지수가 돼 버렸다.

특히 인사번복에 따라 정문국 사장에 대한 신한금융지주 내 입지가 줄어들 것은 물론이거니와 새롭게 임명 된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카드도 획기적이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지금은 두 기업 모두 새로운 통합비전을 만들고 성장을 이끌어 가야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보험개발원장 출신 비시장전문가가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신한금융은 당장 KB금융으로부터 1위 자리를 가져 온 것에 고무 돼 이를 간과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하다. 여전히 조용병 회장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문제로 지적 된 외부인사 영입을 반복한 셈이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이 뭉쳐만 있어 내는 효과를 실질적인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덕분에 그러한 청사진을 찾기까지 오렌지 라이프와 신한생명의 어색한 동거는 당분간이 아닌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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