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 노조, 임기만료 사외이사 후임 추천 계기 추진
금융당국 미온적... 걸림돌 많고 3월 주총까지 시간 부족 등 '첩첩산중'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국책은행 중 처음으로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노동 이사제(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해 이달 중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의 후임 추천을 받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올해 까지도 발을 떼지 못한 노동이사제의 도입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업은행 노조는 “현재 사외이사 3명 중 1명의 임기가 이달 18일로 만료된다”며 “이번 사외이사 선임부터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이사제는) 경영권 침해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며, 노사가 경영에 함께 참여해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은행장 제청 없이 정부가 지정한 인물을 금융위가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고 비판하며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경제민주화 실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노조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을 접수할 예정이다. 노조는 “언론 광고 게재, 행내 인트라넷을 통한 추천 접수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노동계 및 인권 분야에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근로자 노동이사제 도입까지는 순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추천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 2017년 말 금융개혁 방향 설정을 위해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노조 역시 노동 이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지 않고 개별법인 중소기업은행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4조는 이사의 정수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명시해 기업은행은 정관 변경을 통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다. 정관 변경을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3월 주총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자 공모를 받으면서 금융위의 인가를 받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지난 2017년 12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고 발언하며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당초 노동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제도 도입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 수렴을 먼저 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최근 각 공공기관이 노사합의로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하기로 해 근로자 참관제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노동자들이 기관 이사회에 참관할 수는 있지만 노동이사제와 달리 의결권이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2017년, 2018년에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지분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표에 좌초된 바 있다.

이에 최근 KB금융 노협이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며, 노동이사제에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대체로 외국인 주주들이 노동이사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KB금융 노협의 3번째 도전도 물거품일 될 공산이 크다.

은행권에서도 KB금융 노협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통과되길 힘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게다가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야당에서도 반대하고 있어 기업은행의 노동이사제 도입 지원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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