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역진성 문제 해결" ... 최대 0.4%포인트 인상 공지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 폭탄 왜 우리에게?" 반발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연 매출 500억 이상 대형 가맹점에 최대 0.4%포인트 이상 카드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공지해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12차례에 이르는 수수료 인하로 이미 낭떠러지에 몰렸다는 카드사와 카드 수수료 인하 ‘폭탄’을 자신들에게 떠넘겼다는 대형 가맹점과의 입장 차이가 커 다음달 1일까지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카드사들은 다음달부터 연 매출 500억원이 넘는 통신사, 대형마트, 항공사 등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를 0.2~0.4%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만약 대형 가맹점 수수료가 인상하게 된다면 그동안 1.8~1.9%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은 이동 통신 3사는 다음달부터 2.0%대로 인상되며,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마트들은 최대 2.3%까지 인상될 수 있다.

카드업계가 이렇게 수수료율 인상으로 대형 가맹점에 고통분담을 요구한 까닭은 정부가 발표한 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매출 10억원 초과 가맹점에 동일하게 적용됐던 마케팅 비용률이 매출액 구간별로 세분화 됐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에서 중소 가맹점보다 혜택을 받아온 대형 가맹점 마케팅비 반영율 상한이 현행 0.55%에서 0.8%로 올라갔다.

업계는 전국 카드 가맹점 273만여 곳 중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기형적 수수료 체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지난 12년간 반복된 수수료 인하와 함께 우대 가맹점 범위 확대 정책으로 2012년 68%였던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비중이 지난달엔 96%로 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여신금융연구소는 올해 카드시장의 당기순이익 손실로 7000억원, 2020년 5000억원, 2021년 3000억원 등으로 3년간 1조5000억원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잇따른 우울한 전망에 마침 3년마다 진행되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으로 마케팅 비용 원가변동을 가맹점에 공지 했다는 게 카드계의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카드 수수료 인상은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중소 가맹점보다도 낮은 ‘역진성’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대형 가맹점과 개별 협상을 통해 최종 카드 수수료를 정하게 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카드사가 수수료를 인상할 수는 없지만 카드사보다 우위에 있는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지난달 1일까지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카드사의 인상 공지와 관련해 대형 가맹점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줄다리기는 팽팽한 양상이다.

과거 적격비용 재산정 시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갈등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등 수수료율 인상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수수료율 인상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500억에서 600억원씩 인건비가 상승”하며 “쿠팡·위메프 같은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으로 대규모 물류센터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롯데마트도 작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3% 감소한 1조4980억원으로 조사됐다.

결국, 긴 불황에 접어든 유통 업체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카드업계의 입장 차이로 양측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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