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 순이익 10조원 대부분 은행…올해 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은 ‘비상’
4대 금융지주사 “자산운용사,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 M&A 확장 추진”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여전히 ‘무늬만 금융지주사’였다.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누적 당기 순이익 대부분이 은행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 돼 그동안 시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미완으로 남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올해 시중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 등 대출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은행권 수익 전망에 ‘비상’에 걸렸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3조156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으로 순익 3조원대를 달성하며 KB금융에 뺏겼던 ‘리딩 그룹’을 되찾았다. KB금융은 ‘1년 천하’에 그쳤지만 3조688억원으로 2년 연속 ‘3조 클럽’을 달성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2조2402억원, 2조 192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는 처음으로 당기 순이익 ‘10조원’을 돌파해 눈부신 성과를 이룬 것 같지만, 여전히 각 금융사들의 수익은 주력 사업인 은행에 치우친 모습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33.12% 성장한 신한은행은 2조279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의 72.19%를, KB국민은행은 2조2243억원으로 KB금융 수익 비중의 72.48%를 차지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에는 각각 전체 수익의 93.4%, 93.2%나 차지하는 등 은행에 수익에 편중됐다.

무엇보다도 4대 시중은행들은 예대금리 차이에 따른 이자 이익 확대가 실적 상승에 한 몫했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잔액기준으로 총 대출 금리는 3.71%, 총 수신 금리는 1.4%로, 예대금리 차이는 2.31%포인트 였다. 이는 지난 2013년 2.53%포인트 이후 각장 큰 격차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전망은 어둡다.

그러자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끝낸 우리금융그룹이 재빠르게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18일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에 하이자산운용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앞서 지난달 지주사 출범 당시에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등 규모가 작은 곳부터 M&A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우리금융이 성공적으로 하이자산운용을 인수하게 된다면, 지난달 지주사를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성공한 인수·합병(M&A) 사례가 된다.

금융계 일각에선 하이자산운용 외에도 우리금융의 국제자산신탁과 아주저축은행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에는 공동투자 형식으로 인수 준비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 역시 롯데카드 인수에 참여하며 비은행 부문 강화에 뛰어들었다.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부터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와 개인택시사업자 우대수수료율 등 각종 악재가 산재했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지난해 판매관리비(2875억원)를 전년보다 줄이면서 10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0.3% 증가한 수치다.

하나카드의 이 같은 ‘노력’에 롯데카드라는 날개가 달린다면 하나카드는 단숨에 업계 중상위권으로 날아오른다. 현재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9.57%, 하나카드는 8.92%다.

게다가 신용도 측면에서도 하나금융지주는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재 롯데카드는 채권발행이 많은 편으로 인수주체에 따라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등급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하면 중장기적으로 하나카드와의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등급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하나금융 인수시 롯데카드 채권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하나UBS자산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B금융은 ‘황금알’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롯데그룹이 롯데캐피탈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 해 인수 가능성이 옅어졌다.

그러나 지난 8일 2018년 결산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이 “그룹 내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생보사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증권사·카드사 인수에도 관심이 있다”고 밝혀 다른 업권에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보험 사업을 강화한 신한금융도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7500억대의 실탄을 준비하는 등 비은행 인수·합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손잡고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에 도전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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