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보험사 사장 지낸 나도 보험약관 끝까지 읽어본 적 없어”
소비자 단체 참여시켜 소비자 눈높이 맞춰 … 관치에서 끝나지 않게 감시해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보험약관 개선 TF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지난 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주문한 공정과제 중 하나는 국민이 체감 가능한 보험약관 개선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위가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는 혁신 TF를 열었다.

다만 이 같은 보험약관 개선은 매번 보험업계 혁신 TF마다 등장하는 데다 과거에도 여러 번 시도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가 과거와 어떤 차별 점을 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암호문 같던 보험 약관 … 최 위원장 “나도 끝까지 다 못 읽어”

지난 26일 보험개발원에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 간담회’ 자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보험약관은 암호문 같다는 말이 많다”며 “이처럼 약관을 어렵게 만든 목적은 비싸고 복잡하게 만들어 팔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영업위주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원장인 나도 끝까지 다 못 읽는데 심지어 보험을 파는 보험설계사 조차 이해할 수 없는 약관이 태반”이라며 “소비자 눈높이에서 전면 개편해야할 때”라고 강조하며 보험약관 개선 TF의 출발을 알렸다.

이에 금융위는 네 가지의 보험약관 개선 방향성을 제시하며 단순히 보험업계 개혁과제 중 하나가 아닌 보험약관 개선만을 위한 방안을 짜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됐다.

우선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보험협회, 보험개발원, 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험약관 제도개선 TF를 운영하고 소비자가 어려워하는 약관내용은 쉬운 용어로 대체한다.

또 보험상품 협의기구에 일반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에 일반 소비자 비중을 확대시켜 약관작성 검증평가 전 과정을 소비자 관점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많은 보험약관 내용 중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약관 내용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사례를 보험협회 홈페이지를 이용해 올리고 의견을 수렴해 관련 문제점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ICT기술을 이용해 손쉽게 어려운 약관사항을 실시간 채팅 혹은 챗봇으로 묻고 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약관의 중요성을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보험설계사와 홍보활동을 적극 추진한다.

끝으로 보험약관 개정사항을 모니터링 해 이번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한 목소리로 “환영하지만 개선은 글쎄”

앞선 금융위 움직임에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보험약관 개선 TF의 취지에 대해선 환영한다“며 ”그러나 어려운 법률 용어 등 고칠 수 없는 단어나 계산이나 산정하는 내용은 고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이해를 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실 이 같은 보험업계의 반응은 과거에도 여러 번 시도 됐던 보험약관 개선 작업의 결과가 현재 보험업계에서만 사용 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권에서 사용하던 단어나 용어들이 어렵다는 지적에 보험업계 자체적으로 쉬운 용어로 바꾸다보니 어느 새 은어 아닌 은어가 돼 보험업계서만 통용되는 용어로 변경되기 일쑤였다.

이는 시간이 가면서 보험약관을 읽는 소비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어버렸고 약관 뿐 아니라 보험용어를 사전을 들고서 봐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럴수록 소비자나 설계사 보험업계 관계자 어디도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출처 - 한국소비자원, 금융위원회

실제 이 날 간담회에서 나온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는 어려운 보험약관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문제점으로 지적 된 약관 사례들이 나오면서 여러 가지 개선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특히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어려운 법률용어는 약관 하단에 각주를 달아 법률용어를 소비자들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좋게 소개해놓거나 글자 포인트를 키워 읽기 편하게 개선하자는 내용 등이 제시됐다.

반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대해 지속적 모니터링 안하다가 지금에서야 약관 개선에 나선 셈인데 쉽게 되겠냐”며 “결국 이번 개선 TF도 과거 작업과는 특별할 것 없는 또 다른 관치는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 전문가들로 구성해 TF를 구성해야지 몇몇 단체 불러 TF성과라며 발표문 하나 내놓고 자축하는 것은 시장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법 개선 등 후속조치로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마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TF에 대해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약관 개선은 과거에도 여러 번 시도한 것은 맞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 시도는 과거와 달리 보험 약관 개선에 대한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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