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보험 약관 개선안 내 놓은 지 하루 만에 금감원에서 또 내놔
보험업계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하나" ... 금융당국 불신 증폭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작년 9월에 발족한 보험감독 혁신 TF 성과 중 일부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다만 TF 내용보다는 지난 26일 발표한 금융위의 보험약관 개선 TF 설치로 주목 받은 지 하루 만에 또 다시 금감원의 보험약관 개선 권고안이 나와 보험업계서는 벌써부터 어디 말을 기준으로 삼을지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보험약관 개선 TF 구성한 금융위 … 하루 뒤 보험약관 개선안 또 내놓은 금감원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에서 연달아 내놓은 보험약관 개선 방안과 TF가 제각각 운영 되고 있어 앞으로 어디를 기준으로 움직여야 할지 헷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 산업 감독혁신 TF 권고안에서 우선 추진 과제 중 보험약관의 어려운 용어 덕분에 불완전판매가 는다는 지적을 참고해 약관순화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서 보험약관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보험약관 제도개선 TF발족해 운영에 들어갔는데 이는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즉 금융당국이 합심해서 시장에게 정확한 정책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두 국책기관의 자존심 싸움을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보험약관 개선에 대한 의견이 겹칠 수는 있어도 하루 뒤에 중복 된 정책 내용을 발표한다면 금감원과 협의를 통해 같은 부분을 병합해 같이 발표했어도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은 이를 간과하고 서로의 입장만 밝히는 데 그치고 말았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시장이자 보험업계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협업이 안 되는 사이 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당시 금융위와 금감원을 보는 것 같다”며 “보험 혁신을 외치는 두 기관이 합심하지 않으면서 보험업계에게 상생과 혁신을 외쳐봤자 구호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업계에서는 두 기관 모두를 상대해야 돼 동시에 약관을 순화한다면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결국 두 기관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협의할 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고 두 기관 모두 비판했다.

◇ 스스로 해체 부르는 금융위 … 학계 “감독기능·정책담당 분리 필요해”

작년 12월 금감원 노조는 “금감원 길들이기는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재벌과 자기 조직 확대에 눈 먼 금융위에게 위기관리 기능을 맡기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금융위 해체를 주장했다.

물론 당사자인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은 “우리 두 기관의 갈등은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근거 없는 비방은 자제해달라”며 “금감원장도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임직원에게 주의 당부하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 금융위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금융위가 바라는 독립성보다는 금융위 해체가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따르는 척 하면서도 금감원과 갈등을 표면화해 금융당국 위신을 추락시키고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점차 정부 정책방향과도 거꾸로 가는 일이 잦아져 금융위 스스로 해체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소비자 단체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공공연하게 금융위는 해체하고 금융위에게 주어졌던 감독기관을 온전히 금감원이 맡아 책임 있는 기관으로 성장하고 금융위는 정책을 개발하는 선에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에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이 발표한 금융혁신 TF가 아직 완벽히 협의가 돼서 나온 것이 아니라 중간에 치고 나온 것은 아무래도 금융위의 보험약관 개선 TF발족이 문제 된 것 아니겠냐”며 “정책 실행에 있어 실효성이나 시장의 충격을 고려할 시기에 본인들 위신만 생각하는데 어느 보험사들이 이 들을 믿고 정책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겠냐”고 답했다.

◇ 기존 혁신 방안 재탕 … 중요한 사업비 빠지고 미스터리쇼핑·의료자문 나와

이 때문인지 지난 27일 금감원이 발표한 보험 산업 감독 혁신 방안에 대한 보험업계 반응은 개혁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과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이나 제3 의료자문기관 설명강화는 기존의 보험혁신하면 나왔던 단골메뉴라 사업방향을 신선하게 보지도 않고 있다. 정작 중요함을 여러 번 강조했던 사업비 개선도 빠져 왜 발표했냐는 의문 부호마저 들고 있다.

이는 금융위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해소 됐어야 할 문제인데 그런 점이 제대로 안 되다보니 정작 중요한 29개 권고안은 미뤄지고 21개만 중간에 발표 된 셈이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 보험 혁신 TF라고 구성해놨으나 업계 종사자는 한 명도 없고 전부 학계나 시민단체 내에서 구성 된 인원들 때문에 이론만 난무하고 실제 활용될 만한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는 권고안들은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당국이 보다 현실적으로 업계와 소통해 따를 수 있는 방안만들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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