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 제외 중기·소상공인업계 반발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지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임금 결정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하면서도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은 제외하기로 하면서 일부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2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당초 계획대로 임금 결정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했지만 재계가 요구해 오던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은 제외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상·하한 범위를 제시하고 결정위가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구간설정위는 노·사·정 각각 5명씩 추천한뒤 노·사가 3명씩 순차 배제해 총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들은 노사간 쓸데없는 신경전이나 줄다리기를 없애기 위해 새롭게 추가·보완될 결정기준에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심의구간을 설정하는 등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된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이 설정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지도록 한다.

결정위원회는 노·사·공익 위원 각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하지만 그동안 제기됐던 정부 편향성 논란을 없애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의 단독 추천권은 없애고 공익위원은 국회 4명, 정부 3명을 각각 추천하기로 했다.

최종안에는 다른 결정기준과 중복되거나 결정기준으로 삼기엔 객관성·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근로자의 생계비,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유사근로자 임금)에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등을 넣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유지된 후 30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바뀌게 될 것으로 예고 되고 있지만 논란 요소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업계와는 갈등을 빚고 있다.

노사 중심으로 진행돼 갈등과 파행이 이어졌던 기존 최저임금 논의와 달리 이번 최종안은 전문가 영향력이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얼마나 객관성, 공정성을 가졌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구간설정위의 노사 순차 배제로 전문성 및 소신을 갖춘 인사는 빠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념적으로 얼마든지 편향된 입장이 될수 있기 때문에 노사 대리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구간 설정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최저임금 상·하한 폭을 크게 설정할 가능성이 있거나 구체적인 현실보다 탁상공론으로 변질될 경우 비타협적인 양상을 띨 수도 있다.

결정위원회의 공익위원 4명을 국회 추천을 받아 위촉하기로 한 것도 국회 개입에 따른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명시한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개편안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 상황을 추가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편 초안에는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이 포함됐지만 최종안에선 빠졌다.

중소기업계 및 소상공인업계는 이날 즉각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지급 주체가 영세기업인 만큼 이들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만을 고려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업계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불 능력이 떨어진 처지다. 사회안전망에서조차 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은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인위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지만 소상공인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 고용을 줄이고 있다. 허수에 불과한 고용 수준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과대 포장된 결과를 최저임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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