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행장, 결국 3연임 포기… “조직 안정화 최우선” 강조
함 행장 그룹 부회장 유지…그간 지 후보자 후임으로 추천해
지 후보자, 홍콩·심양지점장 등 역임하며 ‘중국통’ 인정 받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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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논란 속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했다. 함 행장의 연임 포기에 이어 지성규 글로벌사업 부행장이 하나은행의 차기 수장으로 떠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과 면담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은행의 주인인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의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해달라”며 사실상 함 행장연임에 대해 압박을 했다.

특히 지난 2017년 금감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두 번째 연임을 ‘셀프 연임’이라며 반대한 이력이 있어 금감원의 이번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민간은행의 인사에 개입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며 “하나은행장 선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며 발을 뺐다.

임추위가 진행된 28일 아침 면접 포기 의사를 밝힌 함 행장도 “당국과 은행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직 안정이 먼저”라며 금융당국과의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하나은행 역시 조직 안정과 세대교체를 위해 함 행장이 스스로 용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후 하나은행 임추위는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추천했다.

다만 함 행장은 올해 말까지 하나금융지주의 부회장 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해 김정태 회장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높다.

그룹 내 서열 2인자인 함 행장은 여전히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인 것이다.

한편, 하나은행의 차기수장으로 추천된 지성규 후보자는 지난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뒤 홍콩지점 부지점장, 심양지점장을 거쳐 2007년에는 하나은행의 중국법인 설립을 총괄했다. 특히 통합 하나은행의 중국법인장도 지내면서 은행 내 대표 ‘중국통’으로 평가받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성규 후보자는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며 중국어 외에도 영어, 일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전문가”라고 전했다.

오늘(4일) 고별사를 통해 함 행장은 “지성규 은행장은 그룹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글로벌 부문 최고의 전문가”라며 “중국하나은행 CEO로 있을 때부터 역량과 성품,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봐왔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함 행장의 지원사격은 은행 경영 전반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지 후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함 행장은 지 후보자를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해온 것으로 전해져 인수인계는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젊은 지성규 후보자를 통해 하나은행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함영주 행장(1956년)은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1959년),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1961년), 허인 KB국민은행장(1961년), 이대훈 NH농협은행장(1969년생) 등 다른 시중은행 은행장보다 나이가 많아 하나은행의 세대교체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날 하나은행을 포함해 신임 후보가 추천된 하나카드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에프앤아이 세 곳 가운데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후보(1963년생),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후보(1961년생)도 50대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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