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삼성·롯데카드, 현대차 수수료율 1.89% 수준 조정안 수용
뒷짐만 진 금융위에 카드사 노조 “실효성 있는 처벌 규정 마련”
카드사, 대형유통사·이동통신 3사와의 협상 과정도 ‘첩첩산중’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인상 싸움에서 결국 업계 1위 신한카드도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

이에 앞으로 이동통신 3사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가맹점과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담판지어야 할 카드사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사실상 카드업계가 현대차를 비롯해 대형가맹점에 백기를 든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11월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발표 이후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금융위에 대한 카드사 노조의 불만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 정부와 대형 가맹점, 카드사의 3파전에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만 길어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1.8% 초중반대에서 1.89% 수준까지 올리는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한카드 측은 “계약해지로 인한 고객 불편이 우려돼 현대·기아차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과 롯데카드도 현대차가 제시한 수수료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현대차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0일 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이 현대차의 조정안에 합의한데 이어 11일 비씨카드, 13일 신한카드가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막판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봤던 카드업계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

그간 카드업계는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중소 가맹점보다도 낮은 ‘역진성’이라는 명분을 가지고도 현대차와 개별 협상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 18조의 3에서 대형가맹점이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법적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 카드업계의 추가 대안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유통 가맹점과 이동통신사에서도 이번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현대차가 만든 선례로 카드업계가 다른 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남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다소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자 이내 업계 내 불만의 화살은 금융당국을 향하게 됐다.

이에 13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번 현대차의 수수료율 협상은 재벌가맹점 갑질”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존에 무이자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 마케팅 혜택을 초대형가맹점이 주로 누리면서도 발생한 비용은 모든 가맹점이 공통으로 부담하며 중소상공인의 부담이 되레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은 연 매출 500억원 이하 대형 가맹점까지 포함하는 카드수수료 인하방안을 발표하며, 초대형 재벌 가맹점에 대한 역진성 해소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만큼 “재벌 대기업이 그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시 처벌을 강화하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양벌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물밑작업을 통해 카드사에게 현 수준에서의 원활한 협상을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업계 내 금융위를 향한 불신은 상당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수수방관 속 현대차와의 기싸움에서도 밀리면서 카드사들은 유통 및 이동통신사 등 남은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현 금융결제 환경에서 자동차보다 결제 빈도가 높은 유통 및 이동통신 업권이 현대차처럼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둔다면 카드 고객들에게 미칠 후폭풍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441조7000억원으로 지난 2015년(405조원)에 비해 9.1%나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 이용금액이 4조825억원에서 5조4348억원으로 1년 사이 33.1%나 급증했으며 슈퍼마켓(9.8%) 이용도 큰 폭으로 뛰어오르며 생활에서 필요한 식료품, 생활용품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즉, 유통·이동통신 등이 일반 카드 고객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카드사로서도 카드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는 피해야 한다. 이에 이들에게 남은 수수료율 협상 마무리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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