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결제 건수, 개인 신용카드 결제 건수 0.0006% 불과…소비자 외면
‘은행권 모바일 직불서비스’ 제로페이처럼 QR코드 활용…차별성 강조 필요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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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착한소비’를 강조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제로페이가 결제 과정에서의 불편함과 소비자 유인책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제로페이처럼 QR코드를 활용한 ‘은행권 모바일 직불서비스’가 제로페이와는 다르게 성공적으로 결제 시장에 안착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작년 8월부터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신용카드에 집중된 결제 시장 내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고객의 은행예금계좌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은행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도 고려했으나 결제 단말기 보급률(1.5%)이 저조해 NFC방식은 중장기적 측면에서 진행하는 한편, 편의성이 뛰어난 QR코드 결제 방식을 우선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명 ‘한은페이’라고 부르는 은행 기반 모바일 직불 서비스가 QR코드 방식을 선택하자 제로페이와 비슷한 결제 방식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두 서비스 모두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개인 은행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각에선 ‘은행 기반 모바일 직불 서비스’도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로페이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1월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 수는 총 4만6628곳으로 서울시 자영업자 66만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나 편의 제공 없이 ‘착한소비’라는 감정에 호소하면 저변확대에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발표한 ‘시정 4개년 계획’에 따르면 올해 제로페이 이용액 목표는 8조 5300억원이다. 하지만 1월 한달 결제금액은 약 2억원에 불과해 목표금액 8조원대 달성이 쉽지 않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제로페이 결제현황’ 자료에서도 지난 1월 중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기준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가 15억6000만건인 점과 비교하면 0.0006%, 카드 결제금액이 58조 1000억원인 점을 고려해도 결제 금액의 0.0003%에 불과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3월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모바일 직불 서비스가 올해 상반기로 연기된 이유가 제로페이 실적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기반 모바일 직불서비스는 CD나 ATM기기에서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 제로페이와 비교해 차별성 있는 결제 서비스”라고 설명하며 “시스템 개발은 상당 부분 완료됐지만 시중은행 등 다양한 기관이 사업에 참여하다보니 협의가 필요해 상반기에 출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편의성보다는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정책성 성격이 강한 탓에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과 이미 핀테크 업체가 계좌이체 서비스를 해주는 등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은행권이 모바일 직불 서비스 도입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대부분의 은행들이 제로페이에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은행권의 모바일 직불서비스가 신용카드가 구축해온 네트워크와 편의성을 뛰어넘기엔 쉽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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