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적정 감사 의견 받거나 제시간에 감사보고서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 속출
유가증권시장...건설업체 신한이 의견거절,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 감사한정 의견
코스닥 시장...지투하이소닉, 에프티이앤이, 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 등 17곳 의견거절 감사의견

[FE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올해부터 강화된 외부감사법에 따라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거나 제시간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자 혹여 상장폐지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상장 규정 개정으로 기업들이 올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더라도 당장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도에 비적정 감사 의견을 또 받으면 상장 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의 신뢰도 하락이다. 회사의 재무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아져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회사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 법인 중 이달 22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 중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은 22곳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건설업체 신한이 의견거절을 받았으며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감사한정 의견을 받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투하이소닉, 에프티이앤이, 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 등 17곳이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았다. 셀바스헬스케어는 감사한정 의견을 받았다.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도 50여 곳에 달해 향후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라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들이 상장 폐지 심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겠지만 올해는 비적정 의견을 받아도 다음 연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다음연도에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경우 해당 기업 주식은 정리매매를 거쳐 상장폐지가 된다.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즉 올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되 한국거래소가 중심이 돼 이 기업의 상장 유지에 대한 깐깐한 심사를 벌인다는 말과도 같다.

새로운 외감법 시행으로 인한 여파는 회사채 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이후 회사채 상장폐지를 맞게 됐다.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2차 발행도 제동이 걸렸다. 가장 큰 문제는 회사채 상장 폐지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로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발행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는데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ABS 미상환 잔액을 즉시 조기 상환해야 하는 처지로 몰린다. 자칫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보면된다.

현대차증권 박진영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조기지급 트리거가 발동될 경우 매출의 일정 부분을 신탁에 적립해야 한다"며 "이는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하락이다. 주식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투자자들의 외면은 기업의 기초체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케이스가 많이 늘어날 경우 국내 증시 불안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감사의견 비적정 사례 증가가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NH투자증권 한광열 연구원은 "회사와 외부 감사인의 충돌은 충당부채와 손상 차손 등에서 발생한다"며 "신외감법 개정으로 외부감사인은 이러한 계정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7년 회계연도 상장법인 감사의견 중 비적정 비중은 1.5%로 전년 1% 대비 크게 상승했다"며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의 시행으로 비적정 감사의견 비중은 향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감사위험 감소라는 점은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