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금융계 장악했던 인맥 씨가 말랐다.
서울대 출신 6명으로 가장 많아…성대 졸업 ‘성금회’는 명맥 유지
경제·경영학 전공 은행장 6명…법학·영문학·정치외교학 등도 전공해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은 없나 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계를 주름잡은 고금회(고려대 출신 금융인 모임)부터 박근혜 정부 시절 강세를 보인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황혼 속으로 사라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국내 19개 시중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의 은행장 가운데 6명(31.6%)이 서울대로 조사돼 가장 많은 은행장을 배출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각각 서울대 무역학과, 법학과를 졸업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의 케인즈’라 불리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제자 중 한명이었고,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이용우 한국카카오 대표이사, 심성훈 케이뱅크은행장 등도 경제학과를 졸업해, 서울대 졸업자 중에서도 경제학과 출신들이 약진했다.

서울대 뒤를 이어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각각 2명(10.5%)의 은행장을 배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성균관대 출신으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임용택 전북은행장이 있다. 손 은행장과 임용택 전북은행장은 각각 법학과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은행장은 아니지만 현직 금융권 CEO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경영학과)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행정학과)도 성균관대를 졸업해 ‘성금회’ 명맥을 이어갔다.

하나은행의 새 얼굴인 지성규 은행장과 김태오 대구은행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김 은행장이 지 은행장의 선배다.

이 밖에 부산 출신 재경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 멤버로 거론되는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황윤철 경남은행장과 빈대인 부산은행장은 각각 경남대 회계학, 경성대 법학과를 다녔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농협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각각 경희대경제학과와 단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시중은행의 은행장 가장 많이 전공한 학문은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로 총 19명의 은행장 가운데 6명(31.6%)이 경제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그 뒤를 이어 5명(26.3%)이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상경계를 제외하고 총 3명(15.8%)의 은행장이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외에도 회계학, 무역학, 정치외교학, 영문과 등이 각각 1명(5.3%)씩 전공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계를 장악한 ‘서금회’는 이번 조사에서 단 1명의 은행장도 배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명성에 금이 갔다. 금융계 사모임의 한축인 ‘고금회’ 역시 고려대 출신 은행장이 안 보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서금회’ 구성원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제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리며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부금회’가 금융권 대세가 됐다”며 “예전보다는 많이 옅어졌지만, 여전히 학연, 지연 등으로 뭉치는 모습이 남아 있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전공과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입행을 하고 있어 학연, 지연이 구시대적 문화라고 생각하는 젊은 행원들이 차즘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