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더욱 커질 전망.. SRI펀드도 주목받는 추세
스튜어드십 코드 KB, IBK증권 등 증권사 3곳, IKTB자산운자산운용사 32곳 등 총 92곳 도입

[FE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주주총회를 통한 경영권 상실이 시장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28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09%, 반대 35.91%로 부결됐다. 이 회사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했지만,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사내이사 낙마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초래한 '갑질 논란'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업가치와 주주권이 훼손됐다고 판단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배경이다. 연임안 부결은 지난 26일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이미 예상된 바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전문위)는 조양호 회장 연임안과 관련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수탁자전문위의 이 같은 결정에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등도 조양호 회장을 등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주주 행동주의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총은 조양호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의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KCGI(강성부 펀드) 등 견제세력에 힘이 실리면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 실패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한 이후 주주권 행사로 재벌 총수가 물러난 첫 사례가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은 KB증권, IBK증권 등 증권사 3곳과 KB자산운용, IBK자산운용, KTB자산운용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32곳 등 총 92곳이다. 도입 예정 기관은 34곳으로, 국민연금 이후 각종 공제회들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예정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자산운용업계는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KT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SG 관련 SRI펀드인 'KTB지배구조1등주펀드'와 '한국투자글로벌착한기업ESG펀드'를 각각 출시했다.

SRI펀드는 매출 혹은 수익성 같은 재무 요소 외에 친환경, 사회 기여 등 ESG 관련 요소도 고려해 투자한다. 이 펀드는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도입 당시만 해도 현재보다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기업 윤리의식도 낮아 관심을 끌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KCGI를 통해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SRI펀드도 주목받는 추세다. 28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3개월 동안 국내 26개 SRI펀드는 5.79% 수익률을 기록해 양호한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유입된 자금은 397억원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이 지속성장 하고 이는 결국 안정적인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ESG테마 투자의 중장기 매력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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