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 염두 둔 투자 아닌, 미중 무역분쟁 완화 인한 파급효과 기대
무역분쟁 리스크 줄면서 중국증시로 자금이 몰려...연관성 가장 높은 한국 증시 자금 유입

[FE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외국인이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5일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8% 줄어든 53조3659억원, 영업이익은 54.60% 급감한 7조1016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디스플레이·메모리 사업 환경 약세로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 자체가 부진한 까닭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8.3%)부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달(-16.6%)까지 넉 달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9984억원을 순매수해 5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2885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SK하이닉스(2255억원)도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는데, 전체 금액의 절반가량을 이들 종목을 사는 데 투자한 셈이다.

이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염두에 둔 투자라기보다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인한 파급효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무역분쟁 리스크가 줄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중국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 중국 증시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한국 증시로도 자금이 들어온 것이라는 얘기다.

뉴시스에 따르면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집은 추세적 현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내놓더라도 당분간 매수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반도체 기업 실적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매수 강도가 세다"면서 "하반기 회복세를 확인하면서 사도 늦지 않지만 외국계 패시브 펀드는 한국 증시 대표주인 두 종목을 주워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매수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에서 불협화음을 내면 한국 증시는 어느 곳보다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사이클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오려면 미중 양국이 관세 일부를 철회하는 등 실질적 완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와 관련된 부정적 소재가 등장한다면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국인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로 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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