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지난 2007년부터 연이어 이어진 12차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여파부터 최근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 합의까지 실패하며 카드업계는 ‘울상’이다.

그러나 그사이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1조 6000억원의 74%를 다시 대형가맹점에게 되돌려줬다. 게다가 법인카드 고객 유치를 위해서 4165억원을 부가 서비스 비용으로 지출했고, 고객사 직원의 해외여행 비용(44억원)을 대납하거나 592억원을 사내 복지기금으로도 냈다.

그야말로 힘센 가맹점에게는 돈을 ‘펑펑’ 쓴 셈이다. 이런 출혈 경쟁에도 카드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3800억원에 달했다.

결국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상당 부분을 되돌려 주면서 일반가맹점이나 카드고객들에게 대형가맹점과 법인 카드 고객사의 비용을 전가해 수익성을 강화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형가맹점을 향한 카드업계의 불완전한 사랑에 독일의 구전설화가 불현듯 떠오른다.

설화에 따르면 독일 바덴 지방의 젊은 백작은 덴마크를 여행하다 어린 두 아이와 살고 있는 미망인 오라뮨테 백작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달콤함도 잠시, 젊은 남자는 백작부인에게 “네 개의 눈이 사라지면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그가 떠난 직후 오라뮨데 부인은 자신의 아이들이 ‘네 개의 눈’이라 생각해 아이들을 살해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남자는 부모로부터 결혼허락을 받아 이를 전하기 위해 서둘러 그녀에게 돌아왔지만, 그곳에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오라뮨데 부인만 있었다. 사실 남자가 말한 네 개의 눈은 자신의 부모님을 의미 했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여자를 두고 떠나며 이들의 이야기는 끝난다.

오라뮨테 부인처럼 카드사들에게는 일반 가맹점과 고객들이 자신의 장밋빛 미래를 방해하는 ‘네 개의 눈’ 같을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쓴 만큼 수수료를 높게 부과하고 대형가맹점과 법인 고객보다는 일반 가맹점과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카드사들은 오라뮨데 부인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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