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평가 1위·해외 수주 3위 무색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시공능력 평가 1위’ 및 ‘해외 수주 3위’를 달성한 삼성물산이 국내외에서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였다.

삼성물산이 국내에서 시공하고 있는 율현터널 기둥의 휘어지는 좌굴 현상 및 파괴 현상 등이 발견되면서 관련자들이 검찰에 고발 당하는가 하면 해외에선 부실시공으로 홍콩 정부로부터 정부가 발주하는 전 사업 분야에 대해 4개월 입찰정지 처분을 받으면서다.

좌굴현상은 축 방향에 압력을 받는 기둥이나 판이 어떤 한계를 넘으면서 휘어지는 현상이다.

1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동탄의 율현터널 부실시공 책임을 물어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 책임자 직무유기,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감리회사 관계자들을 각각 공사품질 관리와 건설사업관리 등 시행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율현터널은 수서평택고속선을 지나는 총연장 52.3㎞, 시속 300㎞ 이상 고속철도 터널이다. 고속철도 터널로는 국내 최장에 세계 네번째로 긴 터널이며 총사업비만 3조1197억원에 달한다.

율현터널에서 최근 중앙기둥 압력으로 휘어지는 좌굴 현상과 파괴 현상이 발생한다는 등의 부실시공에 대한 제보를 받은 정의당은 관련 기관 및 업체에 시찰, 면담, 자료요청을 한후 이를 분석했지만 삼성물산 등 관련 기관 및 업체는 이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삼성물산, 철도시설공단 등에 공사일지, 사고 당시 현장 사진 등을 요청했지만 공사과정 검증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으며 중앙기둥의 전도 및 좌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원인규명을 못했다고 밝혔다.
 
또 사고나 화재 등 비상시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소방 통로가 한 군데 뿐이며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의당은 율현터널의 부실시공 은폐 및 국가기간시설인 터널 안정성을 훼손한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부실시공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삼성물산은 해외에서도 부실시공 의혹에 쌓여 논란이 있었다.

삼성물산은 부실시공으로 홍콩 정부가 발주하는 전 사업 분야에 대해 4개월 입찰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지하철공사(MTR)가 발주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한 샤틴-센트럴 링크(C1109 구간) 공사에서 역사 내 벽이 2㎝ 가량 부풀어 오른 구간이 발견돼 삼성물산이 유지보수 했지만 홍콩 측은 60㎡ 규모의 철근이 기준과 어긋나게 제거돼 하자보수 과정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샤틴-센트럴링크는 구룡반도 동쪽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구룡반도 북부 샤틴부터 구룡반도 동쪽을 지나 홍콩섬 센트럴까지 연결하는 지하철 공사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C1109구간은 총 공사비 15조원에 달하며 옛 카이탁공항 부지 바로 앞에 위치한 성웡토이(Sung Wong Toi)를 포함한 2개 역사와 총 연장 2.2㎞ 터널을 건설하는 곳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부실시공 문제로 입찰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C1109 현장 발주처와 정부에서 주관하는 안전대상과 모범현장상 수상, 발주처인 MTRC에서 주관하는 MTR 안전대상에서 총 4회 연속 종합대상 수상, 홍콩정부와 건설협회가 주관하는 건설분야 최고 권위 상인 홍콩 모범현장상에서 2015년, 2016년 연속 최우수 모범 현장 선정 등 그동안 성과가 무색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취임 1년을 맞아 건설부문 영업이익 7730억원으로 전년보다 54.3% 증가하면서 건설부문 자체 실적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며 건설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70% 책임, 1등 공신 역할을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 같은 부실시공 논란으로 안전은 뒷전 아니냐는 시선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율현터널의 안전에 대한 이슈가 있어 안전 및 구조 등에 대한 점검을 마친 상태였다. 구조적으로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발주처 및 관련부처와 적극적으로 점검, 검증에 지원하고 있다.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소방 통로가 한 군데 뿐이거나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시 이 부분에 대한 점검도 같이 받았다. 미흡했다면 당시에 지적이 나왔을 것이다. 개선관련 주무관청과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다. 통로가 하나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다면 조치를 할 것이다"라고 했다. 

검찰 고발에 대해선 "현재까지 연락온 것이 없다. 상황에 맞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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