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승계 전망 속 한진그룹 상속세 변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두 항공그룹의 갑작스런 오너 공백으로 불가피하게 변화를 맞게될 경영체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도 장기적 숙제 등 변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국내 두 항공그룹은 오너의 각각 사망과 사퇴 등 갑작스런 공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에 후계 승계 작업, 지배구조 변화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3세 경영체제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오너가 일원인 장남 조원태(1975년생) 대한항공 사장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분 정리 및 계열분리 등 장기적 숙제는 남겠지만 고 조 회장 지분이 슬하 3남매에게 비슷하게 상속될 경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두 자매의 일탈로 경영복귀 가능성이 낮아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조 사장에게 경영권이 집중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우기홍 부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 사장이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항공업계의 UN회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에서 고 조 회장이 맡아오던 IATA 총회 의장직을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진그룹의 조원태 체제가 공식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관측 속에서도 조 사장은 한진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권 승계시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약화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 등이 제기되고 있어 부담이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자회사인 대한항공·한진, 손자회사인 나머지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한진칼 지분은 고 조 회장 17.84%, 조 사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 전무 2.30% 등 조 회장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 28.95%(이하 보통주기준), KCGI 13.47% 등이 보유하고 있다.

조 사장은 2대주주인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거나 경영권 확보 등을 위해 조 회장의 17.8%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일반 상속세율 50% 단순적용시)가 발생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금은 한진칼 지분 외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 여행정보 등 지분 매각시 약 750억원 재원을 마련하거나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인 미국 델타항공 등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하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부동산 등 자산 매각 방안도 입에 오르내리지만 주주 동의가 있어야 되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 4형제 중 4남이면서 고 조 회장의 막내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조 사장을 도와줄지 KCGI와 손 잡을지 여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 조중훈 회장의 4형제 가운데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망),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사망),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실적 부진으로 경영권 상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조정호 회장이 유일하게 투자 여력이 있서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조중훈 회장 별세후 선친의 유언장 조작 등을 이유로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네 형제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조정호 회장이 한진그룹을 도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지난해 '기내식 대란'에 이은 회계법인의 한정의견 감사보고서 제출 발단으로 지난 3월 박삼구 회장이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면서 경영 공백으로 이어졌다.

회계법인의 한정의견 감사보고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1조7000억원 부채를 해결해야 하지만 보유 현금이 턱없이 부족,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감사보고서에서 촉발된 회계 문제가 그룹 전체 위기로 번졌고 박 회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영공백을 메우고 위한 회장은 외부 인사를 선임할 방침인 가운데 현재 이원태 부회장이 이끄는 비상경영위원회가 맡고 있다.

회장 영입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따라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언제든 3세 경영 체제로 전환이 가능한 고 박인천 창업주의 3세이면서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중 금호고속 지분 21.02% 보유로 최대주주인 박 회장 뒤를 이은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김수천 대표이사가 물러난후 한창수 사장이 후임으로 임명, 박 사장이 한 사장 후임인 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IDT로 지난해 9월 선임되는 등 승계작업이 일부 진행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승계작업이 본격화되기 전 이번에 박 회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다 지난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후 경영 성과가 미미해 위기의 그룹을 재건할 중책을 맡기엔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로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해결해야 할 부채가 1조7000억원 등 총 6조원이 넘어 정부와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오너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대주주의 책임있는 이행 의지 등을 이유로 자구안 마련을 압박받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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