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재계 서열 45위인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영상 책임, 갑질 논란, 성추행 의혹 등 불명예 퇴진 총수들과 달리 후진에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 이천 연수원에서 열린 기념행사를 통해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나 여러분 활약상을 믿고 응원하려고 한다"고 선언, 오랫동안 거취 고민후 퇴진 결단을 이같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후 그룹 경영과 관련 필요시 조언하고 한국사회를 위한 기여 방안에 대해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김 회장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점쳐지며 그룹 전략과 방향은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등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인 재계 1세대 창업주인 김 회장은 지난 1958년 23세때 한국 최초 원양어선의 실습항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 최연소 선장을 거치기도 했다.

지난 1969년 4월 서울 명동의 소규모 사무실에서 직원 3명,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 김 회장은 신규 어장 개척, 오일쇼크 위기 등을 극복하면서 수산업체로 성장, 1982년 선보인 국내 최초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가 현재까지 누적 62억캔 넘게 판매돼 동원 성장에 가속도를 불어넣었다.

김 회장은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대학 졸업후 6개월간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참치 제조공장에서 생산직, 영업사원을 거치는 등 모두 현장에서 11년을 보낸뒤 임원으로 승진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1982년 한신증권 인수로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그룹과 계열 분리된 곳이 지금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이기도 하다.

'양반김'·'양반죽' 등 다양한 식품 브랜드로 제품군을 확장, 유가공·건강기능식품·온라인 유통 등을 위한 종합식품기업 동원F&B를 2000년에 설립하기도 했다.

인수합병(M&A), 매각 등을 통한 사업 확대, 성장,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종합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는 대한은박지·한진피앤씨·테크팩솔루션·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 사모아 등을 인수해 PET 용기, 캔 등을 생산하는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발돋움하는가 하면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물류 사업 확대,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시작으로 세네갈 통조림 회사 '스카사', 베트남 종합 포장재기업 'TTP'·'MVP' 등을 인수,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연 매출 7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1979년 동원육영재단 설립후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재단을 통해 40년간 420억원을 투자했다.

이와관련 서열 3위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최근 지주사인 SK㈜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겸직 정관 변경후 의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지난해 11월 말 재계 31위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이 경영상 큰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사퇴 선언 등 자발적 퇴진이 잇따르고 있어 제왕적 재벌 문화 해소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