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다음달 초 우선협상대상자 유력…증자 없이 1조원 조달 가능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 구성한 우리금융, 금융지주 3위 굳히기 나서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한화그룹이 불참하면서 무혈입성을 노렸던 하나금융의 계획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우리은행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참여하며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본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 60%를 인수하고, 우리은행이 20%, 롯데그룹이 20%를 나눠갖는 구조다.

당초 롯데카드 인수전은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M&A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한화그룹의 행보에 변화가 생겼다. 표면적으로 한화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평소 한화가 항공산업에 관심을 보였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주력하기 위해 롯데카드 본입찰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하나금융이 다음달 초 발표될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해졌다. 특히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매각 가격으로 1조 5000억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나금융이 증자 없이 1조원 가량 조달할 수 있어 단기간 내에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부담이 적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해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공격적으로 비은행 강화에 나서고 있는 우리은행이 뒤늦게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져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는 우리금융이 순위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5686억원을 기록한 우리금융이 근소한 차이(126억원)으로 하나금융을 누르고 3위 로 올랐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1539억원의 순이익을 낸 만큼,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할 시 금융지주사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면서 우리은행이 투자할 금액은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돼 자금 조달 부담도 완화됐다.

게다가 MBK파트너스도 우리금융과의 컨소시엄으로 향후 있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간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은 단기 차익만을 노린다는 ‘먹튀’이미지 탓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하위권에 속하는 우리카드가 롯데카드 인수로 단숨에 시장점유율이 19.7%로 상승해 업계 2위가 된다”며 “우리금융의 참여로 롯데카드 인수전에 한치 앞도 모르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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