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쩐의 전쟁’이 심상치 않다. 한번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만 된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가 가능한 탓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대출 규제 및 경기 둔화 우려에 시중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찾아 헤맸고, 지자체 금고에 주목했다. 지자체 주·부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수천억원에서 수백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기금 운용뿐만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 산하기관 직원에 그 가족까지 지역 내 지역민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시중은행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약 3000억원의 협력사업비를 내걸어 103년 만에 우리은행을 제치고 서울시의 새로운 금고지기가 됐다. 그야말로 은행의 출연금 규모에 따라 금고의 주인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매년 1500억원이 넘는 현금 보따리를 ‘협력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내놓고 있었다.

이들 은행 중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농협으로 총 533억4000만원을 출연했다. 농협은 앞서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508억1000만원, 558억5000만원을 지출한 바 있다.

이 같은 고액의 협력사업비는 비단 농협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기업은행은 47억4000만원을 지출했고, 작년에는 무려 13.8% 증가한 54억원을 협력사업비로 사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심의위원 명단 유출부터 로비자금 조성 등,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흙탕물 싸움으로 치닫자 정부는 서둘러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예규)’개정안을 마련해 리베이트 역할을 했던 협력사업비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낮췄다.

개정안은 시중은행 간 이자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올렸지만, ‘지역주민이용 편의성’은 18점에서 17점으로 낮아지며, 시중은행들의 출연금 경쟁이 금리 경쟁으로 번졌을 뿐이었다.

결국 관행처럼 이어져 온 은행들의 출혈경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투명성과 공정성은 고사하고 지자체 금고 선정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지역 경제 기여도, 지역민 거래편의성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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