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세법 놓고 양치기 소년된 정부 자구안 표류...솔로몬의 지혜를
[기자수첩] 주세법 놓고 양치기 소년된 정부 자구안 표류...솔로몬의 지혜를
  • 정순애 기자
  • 승인 2019.05.1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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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직구 한마디/정순애 기자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50여년간 유지되 오던 주세법을 종가세(주류 가격에 세금 매김)에서 종량세(도수와 양 기준으로 세금 매김)로 전환하겠다며 주세 개편을 선언한 정부(기획재정부)는 주세 개편 선언 6개월 사이 세번 발표를 연기했다가 최근 "업계간 이견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또 다시 연기했다.

주세 개편 취소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답해 무산 여지도 남겼다.

이에 관련업계의 갈등과 혼란만 부추긴 모양새가 됐다.

당초 국내 맥주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주세 개편 이야기가 점화됐다.

국내 맥주와 수입 맥주 과세 표준이 달라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이 더 낮은데다 수입업자 임의로 신고가 설정이 가능해 낮은 가격에 신고후 세금을 줄였다가 원래 가격대로 높여 판매할 여지도 있는 등의 이유에서 이 시장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국내 맥주 역차별 해결을 위해 점화됐던 주세 개편에 따른 종량세 도입은 서민의 술로 대표되는 소주 세금 인상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이번 주세 개편 연기 발표로 부추겨진 갈등, 혼란 등에 따른 각종 관측이 나오고 있어 점입가경이다.

규제에 발목 잡혀 종량세 도입에 어느정도 의견 일치를 보였던 국내 맥주업계 조차 생맥주 주세를 놓고 종량세 전환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병이나 캔 맥주는 패키지 추가 비용 발생으로 생맥주보다 원가가 더 비싼 상황에서 종량세로 전환하게 되면 생맥주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소주 가격엔 변동없다"고 안심시켰지만 세금 인상을 우려한 소주 업계 반발도 주세 개편 연기 원인으로 지목됐다는 시선이다.

무엇보다 종량세 전환만 믿고 선 투자, 정부의 주세 개편 발표를 손꼽아 기다려 오던 수제 맥주 업계에서도 "생존 기로"에 서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014년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 개정후 급성장했던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지난해 일반 소매점 판매 허용으로 반짝 성장하는가 싶었지만 현 주세법 상황에선 소규모 맥주공장으로 점유율, 가격경쟁력 등에서 대량매입 및 판매 등 규모 경제가 가능한 대기업 등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수제 맥주 업계는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며 반발했다.

수제 맥주 측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기업과 수입맥주 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종가세 체계에선 원가가 비쌀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기업은 규모 경제가 가능해 원가가 저렴하다. 수제맥주 업체는 규모가 작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 현 제도에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반면 종량세는 공평한 환경을 만든다. 수제맥주 업체는 지난해부터 소매점 판매가 허용됐지만 실제 판매하는 업체는 드물다. 주세법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다보니 판매할 수 없는 거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내 수제 맥주 가격이 내려가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 가능하게 돼 시장 활성화가 되고 소비자들 접근성도 좋아진다.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종량세 도입만으로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왜 도입을 안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기획재정부)가 주세 개편을 너무 쉽게 봤다가 예상과 달리 복잡한 입장들에 봉변 당한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4캔 1만원 맥주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닌가'라는 또 다른 복잡한 입장 등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무기한 연기 발표에 수많은 업체의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유 없는 연기는 약속 자체가 무리였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또 다시 연기일지, 여지를 남겼던 무산일지 등 정부(기획재정부)가 어떤 결과를 내놓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순애 기자  jsa2120@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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