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소수의견’에도 확대해석 경계한 이 총재 금리 인하 여지 남겨
금융시장, 이르면 다음달 인하 할 것으로 전망…연내 4분기 인하설도 ‘솔솔’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시장은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3분기와 4분기로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서울 태평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제69주년 창립기념식 기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의 금리 인하 소수의견에도 “아직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작년부터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상승 이후, 올해에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경제가 위축되는 등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긴 점도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된 탓에 국내 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호주 역시 지난 4일 낮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춘 바 있다.

이 총재는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이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발표 자료에서도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의 연간 무역수지 누계는 전년(233억 달러) 같은 기간 대비 43.6% 감소한 132억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30.8%, 석유제품 20.1%, 승용차 0.7%, 무선통신기기 5.9% 등이 감소했다.

결국, 국내 경제를 견인했던 반도체가 단가 하락 및 세계 교육량 부진 등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이에 다음달 18일 있을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에서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도 이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연 1.75%) 아래로 떨어졌고,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와 초장기물도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이처럼 이 총재가 기존 입장을 선회하자,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로 모였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미 지난 금통위 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이르면 내달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있으면서 기준금리 인하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 대외불확실성 높아졌다는 것을 이 총재가 인정한 만큼 금리 인하 여지를 줬지만, 가계부채 역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미 연준의 스탠스를 확인하고 4분기는 돼야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며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