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한마디/권이향 기자

노후대책의 마지막 방어선 퇴직연금 시장이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190조원으로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제도를 도입한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은행권의 연간 평균 수익률은 0.97%로 정기예금 금리(1.9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실질 수익률은 바닥을 치고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5년 수익률을 놓고 비교하면 손해보험사가 2.15%로 가장 높았고, 은행(1.74%)은 꼴등이었다. 10년 수익률에서도 은행권은 수익률이 제일 낮았다. 이런 와중에 은행권의 수수료는 증권·보험사보다 높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은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을 지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1억원 미만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계좌의 누적수익이 0% 이하이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KEB하나은행도 만 19~34세 IRP 가입자의 수수료 70% 인하,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고객에게는 그 해 청구된 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KB금융그룹은 하반기 중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사회적기업 등의 법인을 대상으로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수수료를 최대 50% 인하할 예정이며,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경쟁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외치는 은행권이지만,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상품이 개인형 IRP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형IRP의 75.7%가 원리금보장형에 가입됐기 때문에 마이너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결국, 시중은행들은 가입자들에게 중요한 수익률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생색내듯이 수수료 인하를 발표하고 있는 꼴이다. 오히려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라는 괜찮은 홍보효과를 통해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 한편, 늘어난 적립금으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를 통한 이미지 개선 효과 및 단기 이익 챙기기에서 벗어나 가입고객들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 할 시기다. 그래야만 쥐꼬리 수익률에도 수수료는 챙겨왔다는 비판에서 제대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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